'국민연금기금 운용' 이력 한 줄이 꽤나 돈 되던 시절이 있었다. 연금에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 본 경험은 민간 금융기관으로 이직했을 때 사원에서 단번에 부장, 임원에서 최고경영자(CEO)로 가는 지름길이었고, 연봉 계약에서 억대를 움직일 만큼 강력했다. 여의도의 능력자들은 자연스레 국민연금을 향했다.지금은 아니다. 지난 6월 국민연금은 기금 1천조원 시대를 함께 준비할 자산운용전문가를 모집했지만 2.9 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채용 경쟁률은 2017년을 기점으로 계속 내리막이다.여의도의 능력자들은 이제 국민연금을 향하지 않는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19일부터 20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열리는 9월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상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둘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더해지고 있다.이른바 '매파적 동결(Hawkish Skip)' 시나리오다. 연준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지난 6월 '점도표(dot plot)' 상의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치는 5.50~5.75%(중간값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말로 공정한가.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준사법기관이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법원 판단 없이도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사정 기관이기도 하다. 특히 공정위 고유 권한인 '전속고발권'은 기업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수단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게 한 제도다. 다시 말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은 혐의를 포착했더라도 기소를 할 수 없다. 공정위가 '경제 검
예·적금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일부 목돈이라도 쥐고 있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곳을 찾기 위한 '금리 쇼핑'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 등 금융사가 자선 사업을 하는 곳은 아니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이 과열될 테고, 이는 시장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대출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은 더 많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야 한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융사 수신 잔액은 무려 96조2천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달러'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이 통화 긴축기조를 고수하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고집하면서, 미국과 금리차가 확대되고 통화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심상찮은 위안·엔화 약세…지난해 킹달러와는 차이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비한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105.041까지 올라 올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양호한 데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2일 뉴욕 원유시장 마감가 기준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88.84달러다. 시장 수급을 고려할 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연가스 등 각종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국제 정세를 감안해도 유가가 극적인 하락을 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적극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12월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하기로 했고, 러시아도 3월부터 시작한 원유 감산을 연말까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독일 트리아논 빌딩은 좋은 부동산 투자처였다. 뛰어난 입지에 안정적인 주요 임차인, 거기에 저렴한 대출 금리까지,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물건에 집중했다.'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해외 부동산은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미래에셋그룹 계열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7월 홍콩 GFGC오피스 빌딩 투자 펀드 자산을 약 90% 손실 처리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실제 손실 규모는 90%보다 작을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감산을 지속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거린다. 아직 섭씨 30도가 넘는, 푹푹 찌는 9월이지만 가을 다음에 겨울이 오는 게 이치라는 걸 아는 시장참가자들은 조바심을 낸다. 유가가 생각보다 더 오르면 안정권으로 접어든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국채시장부터 반응하고, 곧 아시아 시장도 꿈틀한다. 올가을에 '셧다운' 가능성이 있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미국 국채 금리가 훌쩍 뛴 여파로 우리 국고채 금리도 올랐다. 9월 말로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미정부는 2024년
국제 유가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면서다. 사우디는 5일(이하 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년래 최저치인 하루 산유량 900만배럴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시장은 감산 연장 발표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 기간을 한 달 정도로 봤다. 앞서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 조치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최근 국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레고랜드 광풍'이 몰아쳤을 때 시장은 일부 국내 대기업의 연쇄 디폴트까지 걱정했다. 시장 금리와 주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반영하듯 속절없이 밀렸다. 설(說)이 설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시중 자금마저 얼어붙었다. 시장에서 본의 아니게 블랙 리스트에 오른 해당 기업들은 돈줄을 찾아 온몸으로 뛰었다. '자금난' 석 자도 기사화하기 어려웠던 분위기로 기억한다. 기사 한 꼭지, 한 단락이 단숨에 기업을 무너뜨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시장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이
또 위기설이다.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늘상 출렁인다. 좋고 나쁨이 주기적 또는 비주기적으로 반복된다. 태평성대 같은 호기가 찾아오기도, 나락으로 떨어질 만한 위기가 엄습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모두 경험했다. 그렇더라도 이게 진짜 호기인지 위기인지를 구분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래서 각종 경기 데이터에 의존해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최근 거론되는 '위기설'이라는 말 자체는 일단 현실화한 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내포한다.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일종의 시그널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금융권에서 회자하는 위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그동안 지속했던 긴축정책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사라진 가운데 미국의 재정적자 등으로 국채 공급물량이 꾸준히 늘어난 탓이다.◇ 미국 국채금리 15년래 최고…하반기 금리인하 '난망'8월 말 기준으로 미국 국채금리는 2년이 연 4.87%, 5년이 4.25%, 10년이 4.11% 등이다. 10년물 기준으로 한때 연 4.33%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숨 고르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지난 2007년 11월 이후 거의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국채
비구이위안(碧桂園) 사태를 바라보는 서방과 중국측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방 외신들은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별칭을 붙이며 부동산 부실 폭발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중국 측에선 산업구조조정의 측면에서 부동산으로 쏠림을 막고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진통으로 여기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 금융 부문 등 자본시장적 위기를사회주의적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 것인지 관전포인트가 될 듯하다.이제까지 국제금융시장에선 제2의 리먼 사태에 대한 우려에 좀 더 무게를 실은 듯하다. 중국의
사람들이 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환상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주 끝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3.5%가 조만간 인하된다고 예상하고 주택 구입하는 경우를 경고했다. 저금리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발언이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다시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거라고 예상해서 집을 사셨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면서 "금융비용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지난해 8월 하순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Jackson Hole)에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연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직설화법'이 화제를 모았다.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표가 분명한 상황이었던 만큼 다수 중앙은행 관계자가 '매의 발톱'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역사적인 기록은 (통화정책을) 너무 일찍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긴축 정
#1. 2010년대 중국 경제호황의 최고 수혜 화장품기업으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 지금은 되려 중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수출길이 좁아진 데다 현지 경제사정까지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 실적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수출액이 한때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했던 탓이다. 지난 2016년 5조6천억원대였던 매출은 작년에 4조1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 감소폭은 훨씬 크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8천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천100억원으로
직원이 돈을 빼돌린다. 또는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사익을 얻는다. 은행은 내부 감사에서 적발했다며 금융감독당국에 신고하고, 해당 직원들을 경찰 등 사법당국에도 고발한다. 당국은 현장검사 요원을 급파해 샅샅이 뒤진다. 은행 최고위급들을 불러 엄벌을 경고한다. 사고를 낸 은행의 수장은 고개를 숙여 사죄한다. 앞으로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사고가 좀 크면 강도 높게 혁신하겠다면서 무슨 무슨 태스크포스나 위원회를 만든다. 당국도 규제 강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하지만 비슷한 일들이 거
일자리와 주거, 소득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이른바 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시행과 맞물려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50년 주담대 가계부채 주범(?)…당국이 먼저 출시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시중은행이 내놓은 50년 주담대를 지목하면서다. 당국은 시중은행의 50년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대출한도를 필요 이상으로 늘리고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잉 대출을 유
다시 'Total compensation의 시간'이다.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상장회사는 2018년부터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미등기 임원과 직원 중 회사 내 상위 5명의 급여 내역을 매년 반기마다 공개해야 한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가 공개되는 때가 3월과 8월은 누군가의 연봉을 엿볼 수 있는 시기다.2023회계연도 반기보고서가 나온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연봉킹'의 사연이 전해졌다. 2013년만 해도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만 의무 공개 대상이었다. 미등기 임원의 보수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자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 4% 선이 전세계 경제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방아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광폭 행보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 국채수익률이 처음으로 4%를 넘었을 때 세계는 고금리에 대한 경기를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440원대를 찍었고, 강원도개발공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와 한전채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3월 미 국채수익률이 다시 4% 선을 건드렸을 때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있었다. 다시 5개월 만인 이달 미 국채 10년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