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는 부진한 수익률로 명성에 오점을 남겼지만, 상징적인 의미만 뺀다면 단연 남는 장사다.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에 펀드를 갖고 있지도, 그렇다고 청산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운용사는 높은 운용보수로 수익을 톡톡히 올렸다.

28일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인사이트 펀드로 설정 이후 약 1천900억원의 운용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이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이 -20%에 육박해 투자자들이 줄곧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비중을 알아서 결정하겠다는 `불친절한' 운용방식이 지금은 공분을 사지만, '미래에셋'과 '박현주'라는 이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충성도를 유감없이 보여줬던 출시 당시에는 업계 최고의 운용 보수에도 투자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는 광고를 내걸었던 미래에셋의 자신감은 운용 보수 하락 여론이 높아지는데도 여전하다.

▲최대 국민 125명 중 1명꼴 가입..고통의 4년 =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운용에서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다. 주식과 채권 비중이나 투자지역에 대한 제한 없이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투자한다고 해서 일명 '묻지마 펀드'로 불리기도 했다.

설정 당시 은행과 증권사에서 번호표를 받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가며 가입해야 했던 이 펀드의 손실이 한때 -60%에 육박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인사이트 펀드 한 투자자는 "2008년 가입 당시 수익률이 -10%였고, 2008년 말에는 -50%가 넘었다"며 "이후 -20%까지 만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7년 10월 말 설정된 이 펀드의 2007년 말 기준 계좌수는 43만1천515계좌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좌 수가 40만 계좌가 넘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한 계좌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40만 명 이상이, 한 사람이 두 개의 계좌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20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 약 5천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당시 최대 125명 중 한 명꼴로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했던 셈이다.

이후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자 계좌수는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였다. 2008년에는 약 38만계좌로 줄었고 2009년 약 32만계좌, 2010년에는 약 22만계좌까지 줄어든 이후 올해는 지난 2월 말 기준 약 16만계좌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보다 계좌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아직 적어도 약 10만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인사이트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인사이트 펀드 출시 후 계좌 수 추이>

▲투자자고통 뒷전..높은 보수로 운용수익 '톡톡'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사이트 펀드의 부진한 수익률에도 높은 운용 보수로 설정 이후 현재까지 약 1천9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인사이트펀드의 운용보수는 1.5%다. 혼합주식형 펀드의 평균 운용보수가 0.836%인 것을 고려하면 인사이트 펀드 운용보수가 다른 펀드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2007년 10월 말 출시 후 두 달 동안 인사이트 펀드의 평균 순자산은 약 4조원에 달했다. 2008년에는 약 3조4천억원으로 증가하다 2009년에는 약 2조8천억원까지 줄었고, 올해 초부터 지난 27일까지 평균 순자산은 약 1조8천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2007년 설정 이후부터 인사이트 펀드의 일별 순자산에 1.5%의 보수율을 적용한 결과 미래에셋은 2007년 단 두 달 만에 약 99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손실이 극에 달했던 2008년에도 503억원, 2009년 424억원, 2010년 461억원을 운용보수로 받았고, 지난해에도 344억원가량의 수수료를 가져간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오차를 고려하더라도 총 금액은 1천800억원을 훌쩍 넘어 웬만한 대형 운용사보다 인사이트 한 개 펀드가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월 결산 기준 미래에셋 전체 수수료 수익과 인사이트 펀드 수수료 수익을 비교해봐도 인사이트펀드 하나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수수료의 10% 넘어서고 있다.

미래에셋에서 운용하는 펀드 개수가 2009년 3월 기준 273개, 2010년 3월 223개, 2011년 3월 238개로 200개를 훌쩍 넘는 것을 고려하면 인사이트펀드가 운용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투자자들이 4년 넘게 극심한 손실에 인사이트 펀드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동안 운용사는 톡톡한 운용 수익을 챙긴 셈이다.





<인사이트펀드 설정 이후 연도별 운용보수 추정액, 단위:억원>





<미래에셋 전체 수수료 수익 중 인사이트펀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단위:억원>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 지역 등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상품 설정부터 적지않은 문제가 있었다"며 "초기 자금이 무섭게 몰렸던 데다 높은 운용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원금 회복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운용사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중국에 `몰빵' 투자를 할 때 홍콩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금력으로 매일 주식을 사들이는 미래에셋이 도대체 어디냐는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과거 국내외에서 미래에셋의 위상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자금이 활발하게 들어왔을 때 이야기일 뿐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고부터는 진짜 실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최근에는 펀드 수익률 제고보다 M&A 등 운용사 외형 불리기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며 "예전 미래에셋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보다 펀드 운용성과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