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대한전선 창업자인 고(故) 설경동 회장의 손자이자, 고 설원량 회장의 장남이며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설윤석 부회장.

1981년생으로 올해 31살에 불과하지만, 그는 재계 39위 대한전선그룹의 운명의 키를 쥔 자리에 있다.

오는 23일이면 부회장 자리에 오른 지 딱 1년이 된다.

그는 2009년 10월 전무, 2010년 2월 부사장, 같은 해 12월 부회장으로 오르며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타계로 2004년 대학(연세대 상경대)을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와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가 '초고속 승진'을 하던 시기는 대한전선이 매우 곤경한 처지에 있던 시기와 맞물린다.

현금부자로 불렸던 대한전선은 무분별한 투자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망가진 재무상황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나빠졌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설 부회장의 뚜렷한 족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대주주이자 그룹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그룹 내 전반적인 경영과 전략은 전문경영인들이 중심이 되고 있어서다.

설 부회장은 아직도 '경영수업중'이다.

그렇다고 그가 주변을 맴도는 힘없는 오너 경영인은 아니다. 올 들어 대한전선이 주력해 온 자산매각 중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문경영인들과 머리를 맞대며 적잖은 성과도 냈다.

설 부회장의 어머니인 양귀애 명예회장의 '분신'과도 같았던 무주리조트를 매각했고, 부산 신호지구, 세부리조트 매각, 광통신사업부 계열사 양수도 등 자산 팔기에 올인했다.

지난달에는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노벨리스코리아 지분 처리 문제도 해결됐다.

대한전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팔아 1천200억원을 마련했고, 설 부회장 자신도 보유중인 지분을 매각해 900억원 가량을 손에 쥐었다.

13일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부지를 매각하면서 1천90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회사채 발행까지 고려하면 1조원 가까운 재무개선 효과를 봤다.

2008년 서울 회현동 사옥을 950억원에 팔면서 시작한 구조조정이 정점을 향하는 모습이다.

일단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은 1조7천억원대에 이른다. 연말까지 1조원 중반 수준으로 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크다.

앞으로 추가로 진행될 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은 고스란히 설 부회장의 몫이다.

대한전선 본업을 더욱 키우는 것 또한 설 부회장에게 떨어진 큰 과제다.

당진공장 완공과 함께 고수익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수익을 내면서 다시 현금을 쥐어야 하는 또 다른 절박한 상황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처지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과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협의를 통해 그룹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며 최근 설 부회장의 동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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