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금리 반영하는 코리보가 적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이윤구 기자 =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대출 기준금리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대신 통화안정증권(통안채) 금리를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통안채 금리는 은행간 거래금리나 조달금리와 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안채 금리를 채택하면 대출 기준금리를 당국에서 정해주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은행들은 통안채보다 은행간 거래금리를 반영하는 코리보(KORIBOR)가 유동성 문제를 보완하면 CD금리를 대신해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과 금감원은 지난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은행들에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로 통안채 금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 대출은 CD금리와 코픽스(COFIX) 기준금리 방식 두 가지가 존재한다. 전체 대출 잔액은 CD금리 연동대출이 56%를 차지한다.

문제는 CD 발행이 감소하며 CD금리가 시장금리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CD금리를 대신할 단기 지표금리를 개발하기 위해 이달 초 은행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또 한은과 함께 통안채 91일물을 CD금리를 대신할 새 기준금리로 삼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안채는 리스크에서 자유롭고, 규칙적으로 발행돼 금리가 왜곡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통안채 금리도 CD금리와 마찬가지로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한은이 통안채 발행을 통해 시중은행 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통제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대안으로는 은행간 단기 기준금리로 개발된 코리보가 꼽혔다. 코리보는 기본적으로 CD의 공급물량 불규칙에 따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4년 개발된 것으로, 영국의 라이보(LIBOR) 금리를 벤치마크 했다.

따라서 코리보에 대한 유동성 보강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시중은행의 자금부장은 "통안채 금리는 은행간 거래금리가 아니다"며 "통안채 금리에 각 은행 신용비용을 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를 산출할 수는 있겠지만, 은행마다 신용위험이 달라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로 코리보가 적합하다"며 "은행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B시중은행의 자금부장은 "조달금리가 낮은 은행은 대출금리도 낮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통안채를 대출 기준금리로 활용하면 각 은행이 조달금리를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에서 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시장원리에 거스른다"며 "해외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통제가 지나치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코리보의 경우 국내 은행간 차입이 활발하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조달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취지 측면에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지적에 대해 "통안채 금리와 은행 조달금리가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CD금리가 대출 기준금리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지 특정 금리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코리보를 포함해 여러 금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