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2014년 3월19일은 우리나라 금융 경제사에 의미있는 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주열 총재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단순한 인사검증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신용정책을 통해거시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한 걸음 더 국민 속으로 걸어들어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앙은행 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이번 청문회는 신상 털기식보다는 정책검증 위주의고품격 질문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총재 내정자도 시장에 혼선(노이즈)를 주지 않으면서도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답변 수위를 조절하느라 막판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내정자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서구 선진국 금리의 장단기 스프레드가 적정한지에 대한 답변을다양한 패턴의 질문을 통해요구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4일 기준으로미국 단기물의 지표 금리 성격인 2년물과 우리나라 통안채 스프레드는 236BP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2.50% 이고 미국의 연방기금( FF)금리가 사실상 제로 금리이니 당연한 결과다. 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에 200bp가 넘는 단기금리의스프레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가계는 이자 비용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외국인과 기업 등은 단기금융시장에서 돈놀이에 치중하는 상황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단기물에서 큰 폭으로 벌어졌던 금리 스프레드는 장기물에서 너무 급속하게 줄어든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연 3.79%였고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3.59%였다. 스프레드만 보면 20bp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금리 수준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우리나라의 성장 경로가 미국과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제로 금리를 써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성장 경로가 닮아간다는 의미다. 총재 내정자가 답변해야할 고약한질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화폐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견해도 밝혀야할 것으로 점쳐진다.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나 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수요 초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모형이 유효한지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의 인플레이션 모형이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던 시절에나유효했던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는 디플레이션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핼리곱터 밴에 버금 가는 유동성 공세를 퍼붓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이주열 총재가 재임할 2016년부터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든다. 과연 우리는 디플레이션의 망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총재 내정자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다.

(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