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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야구팀 시카고 커브스(Chicago Cubs)가 월드 시리즈에 우승한 마지막 해는 1908년이다. 이후 지금까지 커브스는 단 한 차례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였다. 그래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유머에 ‘커브스가 우승한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있다.

커브스가 우승한 이후, 라디오가 발명되어 커브스 팬들은 팀이 지는 것을 ‘들었고’, TV가 발명되어서 이제 커브스 팬들은 팀이 지는 모습을 ‘보았다’. 메이저리그에는 14개의 팀이 추가되었는데, 그 결과 커브스 팬들은 더 많은 팀에게 패배하는 수모를 당하였다. 그동안 핼리 혜성이 두 차례나 지구를 지나갔으며, 인류가 달에 착륙했고, 미국에는 16명의 대통령이 탄생했으며, NBA, NHL, NFL이 창설되었는가 하면, 시카고를 연고로 하는 농구, 하키 등 다른 스포츠팀들은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우승하였다(그런데도 시카고 커브스는 아직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이랴. 미국에는 금주법이 시행되었다가 폐지되었으며, 나팔바지가 유행하였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유행하였으며, 40번이 넘는 하계, 동계 올림픽이 열렸고, 타이타닉호가 건조되었다가, 침몰했고, 사람들은 그 잔해를 찾아내었으며, 그리고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등등...

그럴 수밖에 없다. 1908년 이후 세월이 엄청나게 흘렀고, 그러니 수많은 사건이 벌어졌을 터.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다. ‘커브스가 아직 우승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딱하다.

그래도 시카고 커브스 팬들은 매년 봄만 되면 희망에 부푼다.‘올해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대는 4월이 지나 5월, 6월이 될수록 점차 실망감으로 바뀌고 급기야 찬바람 부는 가을이 되면 아예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커브스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우승과는 거리가 먼 커브스를 굳세게 응원하는 팬들을 일컬어 ‘성자’라고 칭송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식도 같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자신이 보유하는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기대감이 부풀지만 정작 시장이 열리고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꼴을 보면서 그런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뀐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어리석은 짓이지만 어쩌겠는가. 시카고 커브스 팬들을 ‘바보’라고 놀릴 수 없듯 반 토막이 되어버린 주식을 여전히 쥔 투자자를 탓할 수는 없겠다. 아이고!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나는 비관론자이다. 물론 길게 본다면 결국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조정다운 조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그간 많이 해왔던 말이라 긴 설명은 하지 않으련다. 다만,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데, 시종일관 같은 주장만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 더구나 낙관론도 아니고 비관론인데 말이다. 그래서 가끔 시장의 흐름이 좋을 때에는 ‘본색’을 숨기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려 노력했다.

지난주도 그랬다. 코스피지수는 직전까지 상승을 거듭했고, 기준-전환선이 호전되었으며, 후행스팬도 26일전 캔들을 넘어섰던 터. 지수는 구름 상단에 닿았기에 거기서 ‘한 발짝’만 더 뛰면 바야흐로 상승을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모처럼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망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알다시피 지수는 지난주에 크게 추락하여 1,920마저 무너뜨렸다. 참으로 어렵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였다. 지수는 구름 상단은커녕 이제는 구름 하단에서도 멀어졌다. 당장 오늘이면 기준-전환선이 재차 역전되고 후행스팬마저 26일전 캔들 아래로 내려설 참이다. 그러면 다시 하락세이다. 솔직히 말하여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추세가 순식간에 바뀌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난주에 “화, 수요일이 변화일”임을 지적하긴 하였지만 이처럼 강력한 추세전환이 전개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 도로 원위치가 되었다. 좋아질 것 같았던 시장의 흐름은 나빠졌고 MACD를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도 죄다 ‘매도’로 바뀌고 말았다. 꿈은 사라졌으며 당분간 시장은 하락추세로 전개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목균형표 이론에 의한다면 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구름 상단을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그게 1,970선인지라 현재로서는 아득하게만 보인다. 급락에 따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구름이 워낙 두껍다. 억지로라도 긍정적견해로말한다면, 주가가 더 밀리지 않은 채 구름 안에서 이리저리 횡보하는 모습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1,900선 정도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게다.

그나저나 이러다가 정말 우리도 주식시장에서 ‘시카고 커브스 팬’ 짝이 될까 걱정된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 차트도 엉망이 되었다. 지난주까지 구름을 밑돌며 하락세로 달리던 환율이었으나 그게 순식간에 바뀌었다. 물론 맥없이 당한 것은 아니다. 나는 지난주에 주장하기로 (1)그동안 달러-원의 하락폭이 컸으니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며, (2)환율이 곧장 하락하기보다는 구름의 저항력을 테스트할 공산이 높고, (3)그럴 경우 1,070원, 즉 구름의 하단이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하락추세’를 전제로 한 것이었지 지금처럼 창졸간에 추세가 뒤바뀔 지경이 되리라고는 상정하지 못하였다. 그게 시장이고, ‘예측보다는 대응이 우선’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기는 한다. 어쨌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곳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친다.

지난주 금요일(3월14일) 기준으로 달러-원 차트를 살피면, 아직은 확실한 상승세라고 선언할 단계는 아니다. 환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일목균형표 모든 요건들을 만족하여 상승세로 돌아서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전환선은 여전히 기준선 아래에 있고, 후행스팬 역시 캔들을 넘어서지 못하였으며, 환율 또한 구름을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일목균형표로 따진다면 추세는 ‘중립’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확연하게 바뀌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달러-원의 향방은‘아래쪽’이었으나 지금은 ‘횡보’ 혹은 ‘잘하면 다시 상승’할 수도 있게 되었다.

달러-원 일목균형표에서 구름은 빈약하다. 코스피지수에서는 두꺼운 구름을 자랑하지만, 환율에서는 상단 1,074원, 하단 1,069원인즉 구름의 두께가 고작 5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구름을 벗어난다.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환율은 구름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 횡보하기보다는 구름을 벗어날 공산이 높다. 다만, 구름이 얇은 만큼 지지력이나 저항력은 크지 않을 터. 오히려 다른 괘선들이 시장의 방향성을 나타내줄 것으로예상된다. 최근에 MACD 차트는 연신 매수, 매도 신호를 번갈아 내고 있다. 추세가 또렷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당분간 달러-원은 횡보하면서 방향을 모색하리라 예상된다. 구름은 논외로 하고, 기준-전환선이 어떻게 되는지 혹은 후행스팬과 캔들과의 관계를 살피면 앞날이 보일 터.

둘 중의 하나로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방향을 ‘위쪽’으로 잡고 싶다. 그동안 1,059원 언저리에서 여러 차례 추가하락이 막혔으니 지지력이 꽤 힘을 얻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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