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들어 신용등급 `AA'급 이상 초우량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연속 성공하고 있는 데 반해, 비우량 기업군인 `A'급 이하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 막히며 자금난이 가중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우량 대기업들이 발행한 `AA'급 이상 회사채는 7조4천80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 비중의 86.8%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의 9할은 우량 대기업들이라는 것이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 조달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이런 기업들의 자본조달 수단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BW 규모는 하반기로 가면서 커지기 시작해 내년까지 만기 도래 물량이 1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금시장 사정이 악화된 2012년을 기점으로 발행이 급증한 탓에 2016년 하반기 이후 도래하는 BW 만기 물량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BW발 중소기업 자금난의 시발점은 지난해 8월 관련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은 일부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모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했고, 중소기업들은 금지 조치 전에 서둘러 BW 발행에 집중한 것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발행이 금지되기 전까지 시장에 풀린 BW의 원금 상환 시기가 올해 말부터 본격 도래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BW 규제 강화는 정상적인 발행을 통해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을 마련하던 기업들의 돈줄을 막았고, 당장 돌아올 BW 조기상환 청구에 따른 원금 상환조차 어려운 기업이 생겨나는 양상이다.

이 기업들은 대안으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을 택할 수 밖에 없지만 대주주 지분율 하락에 따른 기업 지배력 약화와 이에 따른 경영권 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돈을 구하려면 경영권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더욱이 신주로 전환할 수 있는 인수권 행사가격이 하락하면서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도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분리형 BW가 대주주에게 자금부담없이 기업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거나 편법적인 부의 세습을 이루는 수단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금지된 것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만, 신용도가 취약하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들은 더 높은 금리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채권인수자들의 부적절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되는 사태에 대한 대책이 뾰족히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은 규제 직전 서둘러 발행됐던 BW 만기도래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치밀하게 숙고되지 않고 행해진 규제는 또 다른 어려움을 낳는다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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