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내정자는 김승유 회장의 '숨겨진 포석'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마평에 전혀 오르지 않았지만 글로벌 전략과 구조조정, 인사, 재무, 세제 분야에 두루 경험을 쌓으면서 사실상 경영수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는 30년 가까이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으로도 김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는 전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는 글로벌 전략과 경영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김정태 회장 내정자와 김종준 하나은행장 내정자가 영업통인 반면 최 내정자는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이에 김 회장이 퇴임 후 하나금융을 이끌어갈 적임자 중 하나로 최 내정자를 일찌감치 지목하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로 영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장 내정이 '깜짝 인사'가 아니라 사전 포석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의 등기임원 추천기구인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는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차기 사장으로 결정했다.

최 내정자의 사장 선임에는 김승유 회장과 김정태 차기 회장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남 경발위원장은 "사장 내정은 내부인사라 회장과 차기 회장의 의중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최 내정자는 1952년생으로 경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프랑스 릴르 제1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파리 도핀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영학 중에서도 재무가 최 내정자의 전공이다.

이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연세대 경영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조세연구원에서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함께 일했다. 이때 그를 눈여겨본 이 전 장관이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에 설치한 구조개혁기획단에 영입했다.

구조개혁기획단은 이름 그대로 금융회사와 시장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된 태스크포스(TF)팀이었다. 이 전 장관이 중앙부처와 국책연구원에서 직접 최고의 엘리트들을 골라 35명으로 구성한 정예 조직이었다. 이에 최 내정자는 '이헌재 사단'으로도 분류된다.

구조개혁기획단에서 최 내정자는 은행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때 퇴출은행으로 결정된 충청은행을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이 인수했다.

김 회장과는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1980년대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으로도 김 회장이 2010년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의 부속 연구소로 1987년 설립됐다. 김승유 회장이 초대 소장을 지냈고,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도 6대와 9대 소장을 역임했다.

43명의 연구원을 포함해 53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KB금융지주와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소장도 부행장급으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직책이 높다.

이 때문에 최 내정자의 영입이 김승유 회장의 장기 포석에 따른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인사에 대비해 하나금융의 '두뇌'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최 내정자를 앉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 내정자는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해외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반면 김정태 회장 내정자는 해외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세연구원에서 세제 분야를 연구하고, 구조개혁기획단에서는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영업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준 하나은행 내정자가 영업통이라면 최 내정자는 전략통인 셈이다. 따라서 김정태, 김종준 내정자의 약점을 보완할 인물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며 최 내정자는 글로벌 및 경영전략 연구를 육성했다. 최 내정자의 지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경영전략팀을 신설하고 글로벌 진출전략과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최 내정자는 사의를 밝힌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을 대신해 CC(corporate center)장을 맡을 전망이다. CC장은 지주의 재무와 전략기획, 글로벌 전략 수립, 리스크관리, 인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그는 특히 해외 경험과 글로벌 전략 수립경험을 바탕으로 하나금융이 2016년까지 글로벌 톱50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의 원활한 마무리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을 김승유 회장이 강조하고 있다"며 "최 내정자는 김 회장이 중시하는 글로벌 전략 수립은 물론 재무와 세제, 인사, 구조조정에 두루 경험이 있어 차기 사장 적임자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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