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입시 제도를 뛰어넘어 경제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교육 문제가 부동산 시세를결정하고사회 구성원의 계층간 이동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 관료들이 교육 관련 지표를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부모의 계층이 자녀의 계층을 결정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률 등 표면적인 교육 관련 지표는 향상됐지만 내용면에서는 더 악화되면서 계층간 이동성도 떨어진 것으로 진단됐다.

전체 가구를 상위층,중상층,중하층,빈곤층 네개 소득 분위로 나누어 계층간 이동성을 보았을 때 1991년은 65.7퍼센트였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역동적인 계층간 이동성을 보였지만 1997년 IMF 관리체제 이후 급전직하한다. 외환위기 10년 뒤인2008년의 계층간 이동성은 53.9%퍼센트로 떨어진다.

전년도 빈곤층 가운데 금년 년도에는 빈곤층에서 탈피하는 가구 비율을 일컫는 빈곤탈출률도 악화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53.5퍼센트에서 2008년 42.0퍼센트로 곤두박질쳤다.

현대 사회가 실력중심이라는 점에서 계층간 이동이나 빈곤층 탈출은 대부분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로또 같은 행운이 없다면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계층간 이동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교육열이 제일 높은 것도 계층간 이동의 핵심 키워드가 교육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33.2퍼센트에 불과했던 대학 진학률이 2009년 81.9퍼센트까지 올라갔다. 가계가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소득 대부분을 쏟아 부어 이룩한 경이로운 기록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높은 대학 진학률을 바탕으로 계층간 이동성이 확대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상위 25퍼센트 소득 계층의 자녀들이 상위권 21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21.1퍼센트인 반면, 하위 25퍼센트 계층의 자녀들은 2.7퍼센트에 불과했다. 돈많은 집 아이들이 좋은 대학 가는 비율이 가난한 집 아이들이 갈 확률보다 8배 가까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이런 현상이 반영돼 있다.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특목고 자사고를 제외하고 서울의 일반고 출신 532명 가운데 가운데 절반 가까운 251명(47.2%)이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률 향상 등 고등교육의 확대가 상위층 쏠림과 상대적 계층 이동성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1990년대영국에서도 나타났다. 영국은 대학 진학률이 1988년 15퍼센트에서 1992년 28퍼센트로 높아졌다. 영국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양질의 교육 기회는 상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부유한 20퍼센트의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의 대학 진학률은 20퍼센트에서 37퍼센트로 높아진 반면, 하위 20퍼센트의 진학률은 6퍼센트에서 고작 7퍼센트로 높아지는 데 그쳤다.

영국은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아동신탁펀드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영국의 경우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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