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이미란 기자 = 정부가 지난 2일 출범한 농협금융지주에 정책금융공사가 보유중인 산은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 5천억원씩 총 1조원을 현물출자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7일 정부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정책금융공사는 최근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농협 현물출자 방안'을 확정했다.

현물출자의 주체가 되는 정책금융공사는 당초 정책금융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들어 도로공사 주식 1조원 출자를 주장한 반면에, 농협은 현금화가 가능한 산은지주와 기업은행 주식을 넘겨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정부가 농협에 출자할 주식에 산은지주를 포함한 것은 팽팽히 맞선 양측간 의견을 조정한 결과로, 새로 출범한 농협에 대한 출자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시급히 해소할 필요가 있어서다.

정부는 아울러 지난 1일까지 출자를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농협이 물어야 할 증권거래세와 등록면허세 125억원에 대해서도 농협법에 특례조항을 둬 면세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정책금융공사가 보유 공기업 주식을 출자하면서 물게 되는 증권거래세 50억원과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등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다만, 공기업 주식 출자의 대가로 받게 되는 의결권 없는 농협 우선주의 배당률과 상환 조건 등에 대해서는 농협과 추가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이 지난 달 말 대의원회의에서 정책금융공사에 주는 우선주의 배당률을 1% 이하로 적용하겠다고 결정하자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따라서 정부는 배당률 상향 조정 또는 향후 농협금융지주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출구전략' 계획 등의 상환조건을 명확히 해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의 현물출자 방안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제 공은 농협으로 넘어갔다.

농협은 현금 유동화가 어려운 도로공사 주식을 현물로 받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 주식의 배당률이 낮아 출자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출자 주식에 산은지주를 포함하면서 최대한 성의 표시를 만큼 이전보다는 다소 입장이 수그러든 모습이다.

농협 관계자는 "출자금액의 100%를 도로공사 주식으로 하려던 당초 방안 보다는 다소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배려를 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이 정부 방안을 받아들이면 출자 문제는 신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자 주식의 공정가격과 수량 등을 정하기 위한 평가사의 실사가 약 3∼4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국회의 동의를 받으면 출자는 마무리된다.

산은지주 주식이 외부에 최초 매각될 경우 산업은행이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표시채권 가운데 잔존 만기 1년 이상의 채권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환을 보장해 준다는 보증을 국회로부터 받아야 한다.

그러나 총선이 코 앞에 다가오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동의를 받을 수 있을 지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실제 농협으로 현물 주식이 넘어가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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