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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던 1993년8월, 정부는 전격적으로 금융실명제를 시행하였다. 주식시장은 충격을 고스란히 뒤덮어 썼다. 주가지수는 8월12일 하루에 4.46%나 밀렸고, 그 다음 날인 8월13일에도 역시 3.88%나 추락하는 봉변을 당한다.

요즘 사람들이야 이해되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주가수준에 따라 상한가, 하한가가 각각 다르게 적용되었고, 또한 지금보다 하루 최대 변동폭이 훨씬 작았다. 예컨대 주가가 높으면 하루에 2% 정도가 상, 하한가 변동폭이었고, 주가가 낮으면 6% 정도가 최대한의 변동폭이었다. 그러니 주가지수가 4.46% 하락하였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 거의 전 종목이 하한가로 처박혔다는 말이 된다.

당시 증권사 지점장을 하던 지인의 술회이다. 실명제 발표 이후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못한 데, 어떤 고객이 '고맙다'며 자신에게 밥을 사더라는 것이다. 그가 보유한 주식이 올랐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다. 그 고객이 보유한 주식 역시 하락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다만, 그가 고맙게 여긴 것은, 시장의 웬만한 다른 주식들은 몽땅 하한가로 처박혔는데 그의 주식은 다행히 하한가만은 면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나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배가 고프다’면 나 역시 배가 고파도 충분히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도무지 참을 수 없다. 예컨대 어느 날 엄청난 호재로 말미암아 주식시장이 폭등하였다고 하자. 다른 종목들은 죄다 상한가로 치솟았다. 그런데 내가 보유한 종목이 오르기는 하였는데 상한가는 아니라고 한다면 어떨까? 돈을 벌었으니 좋아해야 할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단언컨대” 결코 그럴 수 없다. 절대로 못 참는다. 박탈감을 견뎌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배가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가 아픈 것’은 도무지 참을 수없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지난주에도 주가가 꽤 많이 올랐다. 비관론을 주장하는 나는 머쓱해지고 있다. 시장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움직인다. 솔직히 당황이 된다. 며칠 전 어디엔가 강의를 하러 갔는데, 거기서 만난 분이 내 칼럼 이야기를 하였다. 글을 매주 잘 읽고 있다는 인사치레를 하시더니, 드디어 그의 ‘본심’이 터져 나왔다. 나의 비관론이 계속 신경 쓰여서 주식에 과감하게 베팅하지 못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가가 많이 올라버렸다는 것이다.

‘배가 아픈’ 것의 전형적인 사례다. 자신은 주식을 사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주식을 샀고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죄송스러웠다. 내 탓이다. 하지만, 그 판국에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저 “저도 많이 엉터리이니 제 말을 너무 믿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에이구!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나는 추세론 자이다. 추세와 동반하는 것이 거래의 원칙이다. 시장이 상승세라고 판단되면 사고, 시장이 하락세라고 판단되면 판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도 물론 좋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전략은 ‘비싸게 사더라도 더 비싸게 파는’ 것이다. 시장의 추세가 상승세라면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추세이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추세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지난주 혹은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수는 내내 구름을 밑돌았거나 혹은 상승하더라도 구름 안에서 횡보하였던 터. 그러니 추세를 ‘하락세’로 판단하는 데에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주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주식시장이 연일 상승하면서 지수는 강력한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1,950 그리고 1,970을 연이어 격파(!) 하였고, 그 와중에 지수는 일목균형표 구름마저 상향돌파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전환선이 기준선을 넘어섰으며 믿었던 후행스팬마저 26일전 캔들을 뛰어넘었으니….

완연한 상승세이다. 창졸간에 바뀌긴 하였으나 어쨌건 상승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우리가 이럴 때에 흔히 접하는 고민이다. 바닥에서도 안 샀는데, 주가가 다락같이 오른 인제 와서 비로소 사야 하나? 억울하다.

기술적분석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정답은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이다. 바닥에서 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당시에는 그게 바닥인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세가 확인되었으니 추세에 순응하는 것이 옳다. 물론 희망사항이겠으나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소위 눌림목 혹은 ‘되돌림(pull back)’의 과정은 나타날 수 있겠고, 그렇게만 된다면 좀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지지선-저항선의 역전공식에 따라 그동안 막강한 저항선이었던 1,950이 이번에는 지지선으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그 언저리까지라도 밀린다면 금상첨화이다.

사족 - 만일 1,950이 또 무너진다면? 주가가 구름 안으로 또다시 들어가 버린다면? 기준-전환선이 재차 역전된다면? 그런 일은 상상해보지 않았다. 머리 아프다. 지금은 그저 현재의 추세에 충실하고 싶다.

(달러-원 주간전망)

당장 오늘(3월31일)이 월말이다. 기술적 분석이 아니어도 달러-원 환율이 내릴 공산이 매우 높다.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시장에 잔뜩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달러-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사리 알 수 있다. 더구나 앞서 설명하였듯 코스피지수는 줄곧 상승세를 거듭하였으니 달러-원 환율이야 그동안 내내 하락세였고, 그런 추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1,060원대에서 출발하여 상승하던 달러-원 환율은 3월21일에 1,980원 언저리까지 도달하였다. 그런데 차트를 살피면 그날, 시가와 종가가 엇비슷하게 형성되는 도지(doji)를 만들었던 터. 도지는 통상적으로 지지선이나 저항선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교과서의 가르침대로 환율은 3월21일의 도지를 분기점으로 하여 하락세로 돌아섰다. 물론 당시에는 하락세인지 아니면 단순한 조정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렷해졌다.

당장에 알 수 있는 것은 환율이 내내 하락하더니 급기야 아래쪽 지지선의 역할을 하던 구름을 뚫고 내려섰다는 사실이다. 구름위=상승세, 구름아래=하락세라는 단순무식한 논거에서 보더라도 환율은 분명히 하락세이다.

다만 최근 달러-원 환율 차트를 살피면 추세가 형성되더라도 그게 오래가지 못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승추세이더니 금세 하락추세가 되고, 그러다가 다시 상승세로 뒤바뀌곤 하였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이야 하락세이지만 언제 순식간에 상승반전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올해 들어 환율은 대체로 1,060~1,080원의 좁은 박스권을 오르내렸으니 이번에도 그럴 공산이 높겠다.

현 수준에서의 전략이야 의당 ‘숏’이겠지만 포지션을 오래 끌고 가고 싶지는 않다. 1,060원마저 밑돌아 1,050원대로 접어들 수 있을지는 차트의 박스권 ‘꼴’을 고려할 때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주 차트 분석 동영상은 필자 사정으로 한 주 쉽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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