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자동차보험 적자를 자산운용을 통해 번 돈으로 메우면 되지, 왜 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려고 하느냐"

이는 금융감독원에서 보험 업무를 맡은 간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국민 대다수에게 미치는 영향인 만큼 금감원 입장에선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지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그래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나서 보험사에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메우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바로 선의의 피해자가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위해 마련한 돈은 대부분 실손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 등장기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이뤄진다.

보험사는 자산운용으로 수익이 나면 장기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자산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하라는 것은 기본적인 수익배분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공산주의 경제에서나 나올 법한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장기보험 가입자의 동의 없이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자산운용 수익을 자동자보험 적자를 메우라고 하는 것은 만성적자 구조로 돌아선 자동차보험 문제를 정책으로 풀려 하지 않고 민심만을 고려한 포퓰리즘식 수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또 장기보험 가입자가 받아야 할 혜택과 권리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안중에도 없다는 다른 얘기로도 들린다.

자동차보험 가입자와 장기보험 가입자가 동일하다면 금감원의 주장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엄연히 자동차보험 가입자와 장기보험 가입자는 구분된다.

손해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은 지난해 3조7천383억원(4~12월), 2012년엔 3조5천395억원이다. 자동차보험에서는 이들 손보사가 7천96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손보사들은 자산운용 수익으로 자동차보험 적자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주장대로 자산운용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쓰라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 대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임시변통에 불과하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손보사가 장기·일반 보험 부문의 이익이나 자산운용 부문의 이익으로 차보험 적자를 메우는 것은 소득의 불균형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장기·일반보험만 가입하고 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저소득층 돈으로 차를 가진 사람을 보조해 주는 결과가 된다는 얘기다.

또 장기·일반보험에서 나온 이익을 차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장기·일반보험료를 인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장기는 장기, 차보험은 차보험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기 연구원은 "장기보험에서 이익이 나는데 보험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제도상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 장기 부문 보험료를 낮춰주면 되고, 차보험에서 적자가 나는데 보험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다면 이것도 이것대로 바로잡아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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