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5일 오전 여의도 한강공원. 금융투자업계와 증권 유관기관 수장 등 6천500여명이 금융투자인 마라톤 대회 '불스레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올해로 8번째인 이번 행사에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전대근 코스콤 대표이사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최근 거래소 본부장에서 자리를 옮긴 김진규 상장사협의회 부회장도 얼굴을 비췄다.

지난해 행사에는 수명의 증권사 수장과 임원들이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냈지만, 올해에는 침체된 증권업계 분위기 탓인지 정해영 한양증권 대표이사만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최경수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가계부채 문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4만 금융인들이 합심해 글로벌 자본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주요 주주인 증권사들이 지난달 주주협의회를 구성하고 앞으로 거래소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기로 의견을 모은 탓일까, 이날 행사는 준비 과정부터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행사장에 저마다 부스를 마련하려면 부스 1개당 500만원 가량의 비용을 거래소에 내야 하는데, 지난 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업계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 냈던 한국투자증권은 부스를 아예 내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정도가 회사 규모를 고려해 2개의 부스를 냈고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KDB대우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는 부스를 1개만 냈다.

거래소가 부스 설치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대다수 증권사들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설치를 거부하는 바람에 부스 1개당 비용도 당초의 절반 수준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부스 1개당 비용이 1천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대폭 할인된 셈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거래소의 부스 설치 요청을 아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주주협의회 초대 대표를 맡는 등 한국투자증권과 거래소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감정이 이번 행사 준비 과정에서 표출된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파란색 패딩 점퍼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행사장을 찾은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은 예탁원이 사업 영역 확대 등을 통해 거래소로부터의 독립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관련, '시기상조'라며 한발 물러섰다.

유 사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예탁원을 민영화해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민간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거래가 예탁업무 사업을 하면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거래소는 예탁업무를 예전에 하나의 지원부서로 두고 있었는데 아직도 예탁원을 그렇게 보는 것 같다"면서 "예탁원은 거래소가 보는 것처럼 그런 데가 아니다"라며 최대 주주인 거래소를 도발(?)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거래소는 예탁원 지분 70.41%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 사장은 이날 불스레이스 행사장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분리나 독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만 짧게 말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도 "매매와 청산결제, 상장, 공시, 시장감시, 예탁업무가 모두 연결돼 있지 않나. 다 같이 협업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뼈있는 벌언을 했다.

이어 "지금도 경영에 대해서는 거래소와 예탁원 사이의 간섭이라든가 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언급해 현재의 지분 구조가 예탁원의 경영 여건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산업증권부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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