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나스닥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4일(미국 시간) 나스닥지수는 2.6% 폭락해 지난 2월 3일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지수에도 영향을 주고 글로벌 증시의 위험자산 전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예컨대 요즘 잘 나가는 국내 코스닥시장에 나스닥의 폭락은 대형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나스닥의 폭락은 바이오주로 시작해 기술주로 확산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논란에도 그동안 잘 버텨줬던 구글과 페이스북, 야후 등 인터넷 관련주들이 4% 이상 추락하며 나스닥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인터넷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도 급락하는 등 '테크'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주식은 무차별적으로 전염됐다.

이에 앞서 바이오주가 지난달 말 급락하며 나스닥 폭락의 신호탄을 알렸다. 바이오주의 폭락은 제약주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C형 간염치료제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의혹이 일면서 시작됐다. 지난주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러지 지수에 포함된 121개 주식중 112개 종목의 주식이 하락했다. 작년 초부터 올해 2월말까지 79%나 급등했던 바이오지수는 3월말 7% 폭락하는 등 2주 연속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나스닥의 양대축을 이루는 바이오와 기술주 하락은 증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시그널이다.

나스닥의 추락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죄기가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신호도 된다. 작년 한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등했던 주식들이 움츠려들고 있는 것이다. 월가에서 모멘텀 주식으로 불렸던 나스닥 종목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연준의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파르게 오른 주식이 이제야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간다고 볼 수도 있다. 나스닥의 주식 그래프를 보면 작년 6월부터 올해까지 중단없는 상승 행진을 벌였다. 미국의 출구전략 발표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렸던 작년 6월 버냉키 쇼크에도 나스닥의 상승세는 굳건했다. 다른 나라 위험자산이 급락할 때에도 나스닥은 나 홀로 강세를 펼친 셈이다.





<나스닥의 주봉차트:작년 6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닥의 일봉차트:올초부터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6개월 발언' 파문 이후 빚어졌던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혼선이 봉합되고, 미국 월간 고용지표도 잘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스닥이 비틀거리고 있다는 점은 향후 국제금융시장 동향에서 주목할 변수다. 특히 나스닥이 흔들리면서 뉴욕증시 전체가 불안한 양상에 빠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나스닥이 속절없이 무너질 것인지, 거품만 제거하고 다시 순항할 것인지 주목된다.

나스닥 폭락과 뉴욕증시의 불안심리와 관련, 본격 시작되는 1분기 기업실적 발표도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한 월가의 평가 역시 주식시장 동향을 가늠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코아와 JP모건, 웰스파고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올해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키워드인 '한파 충격'이 기업실적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된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 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순익은 전년대비 평균 1.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에 비해 매우 보수적인 실적추정치로 판단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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