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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로 유명하다. 그는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던 천동설(天動說)을 부정하고,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하여 재판에 회부된다. 그리고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지동설 주장을 철회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배운 과학책에는 재판을 마친 갈릴레이가 “그래도... 운운”했다고 되어있다. 비록 박해는 받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과연 갈릴레이가 그런 말을 했을까? 그는 위압적이고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을 막 끝나고 나왔다. 만일 그가 재판정을 나오자마자 공개적으로 “그래도 그게 아니다”라고 떠들었다면 그는 즉각 재판으로 다시 보내졌을 것이 분명하다. 재판의 권위를 모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그럴 가능성은 없다. 갈릴레이는 바보가 아니다. 백보를 양보하여 그가 아무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진짜로는 지구가 도는 거야”라고 말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아무도 안 들었는데 그걸 후세에서 어찌 알고 기록하였다는 말인가!

결국 갈릴레이가 했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은 누군가가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 갈릴레이는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 실제로 시중에는 게르하르트 프라우제가 쓴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하지 않았다>라는 긴 제목의 책도 있다.

우리는 갈릴레이가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그게 훨씬 과학자답고 투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다. 갈릴레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갈릴레이의 입장에서도(그는 피렌체 아카데미의 수학자였으며, 영사이자, 200인 참사회 멤버였고, 로마에서도 토스카나 공작의 비호를 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기득권층이었다.) 교황청에 맞서 투사로 사는 것보다 현실에 굴복하는 편이 현명하였을 것이다.

추세에 맞서는 일은 짜릿하다. 박진감 있고 스릴만점이다. 예컨대 추세는 하락세인데 과감하게 저점매수했고 그게 적중하였을 때의 쾌감을 생각해보라! 반대로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는데 고점을 확신하여 팔았고 또 그게 적중하였을 때의 성취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추세를 거슬러가는 것처럼 위험하고 바보스러운 일도 없다는 것이 문제일 따름이다.

그동안 비관론을 주장하였던 나 역시 주가가 연일 상승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여전히 시장은 하락세이다”라고 떠들고 싶다. 그렇게 말한다면 무언가 장렬하고 비장감까지 느껴질 터. 하지만 그래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실패뿐이다. 매우 위험하다. 매번 느끼지만 결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라는 말, 그게 진리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따지고 보면 우리는 주가가 올라도 고민이요 내려도 고민이다. 주가가 한참 올라갈 때에는 혹시 지금이 꼭지가 아닐까 겁이 나서 매수하기 어렵다. 반대로 주가가 내내 하락할 때에는 더 떨어질 것 같으니 선뜻 매수하는 일에 손이 나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가가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는 박스권일 때가 오히려 주식을 매수하기 좋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니 괜히 샀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까 보아 겁이 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2,000선을 테스트해보았으나 결국 그 위로 올라서는 데 실패하였다. 앞서 이야기하였듯 매수하였다가 ‘혹시 지금이 꼭지가 아닌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캔들에도 2,000선 언저리에서 위로 긴 윗수염이 달렸고(4월3일), 시가와 종가가 비슷하게 형성되면서 종종 지지 혹은 저항선의 구실을 하는 도지도 만들어졌으니(4월4일) 상승추세가 주춤할 공산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다 1,910 수준에서 2,000선까지 쉼 없이 상승세로만 달려온 지라 한 번쯤은 주춤거릴 때도 되었다. 일단 호흡을 고르고 재차 상승 모멘텀을 이어간다고 하여 이상할 것도 없다. 내가 종종 참고지표로 사용하는 차이킨 오실레이터(Chaikin Oscillator)나 CCI 등도 이미 고개를 숙였다. 단기조정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세순응형 전략이라면 의당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상관없이 상승추세일 때에는 매수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조정을 기다려 매수하여 성공한다면 더 싼 가격에 좋은 주식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이겠다.

다만 일목균형표를 살피건대 어차피 현재의 추세는 상승세로 확정된 상태이다. 그러기에 여기서 지수가 주춤거려보았자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후행스팬과 26일전 캔들과의 관계에서 1,960~1,970선이 막강한 지지선이 될 공산이 높다. 이미 기준-전환선은 호전되지 오래이므로 이들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게다. 전환선은 추세전환의 신호나팔이고 기준선의 추세의 중심, 기준이 되는 선인데, 이들이 인제와서새삼스런 추세전환을 주장할 리는 만무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 환율은 파죽지세, 하락세가 강력하다. 지난주 초반이 월말이었으니 환율이 좀 하락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하지만 주 중반이후, 즉 월초에 접어들었어도 환율이 내내 밀리다 보니 최근의 달러-원 하락이 단지 기업들의 네고물량 탓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주식시장도 강세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해 지난주만 하더라도 1,060원 정도에서는 바닥을 만들리라 기대하였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사실 추세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꼭지나 바닥을 정확하게 찍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환율이 밀리면 밀리는 대로 더 두고 볼 수밖에 없겠다.

1,060원의 지지선이 무너졌으니 그다음에 나서는 지지선 후보야 의당 1,050원선이 되겠다. 그러고도 또 1,050원이 뚫리면 아래로는 1,048.30의 저저점이 기다리는 정도. 다만, 이는 차트를 살펴본 다소간 ‘이론적’인 지지선 수준이었지 실제로 느끼기에는 차이가 난다. 물론 이는 느낌이지만, 설마 환율이 여기서 더 속도를 붙여 후다닥 밀리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1,050원이 심리적 지지선이며, 아울러 당국도 나름 마지노선인 1,050원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터.

물론 전략은 어쨌거나 추세가 하락세로 굳어진 상황인지라 ‘셀’일 수밖에 없다. 바닥이 확인된다면 박스권 정도의 오락가락 장세는 예상할 수 있겠다. 1,050원 지지여부가 이번 주의 관심대목이다.

※이번주 차트 분석 동영상은 필자 사정으로 한 주 쉽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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