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세계 유명 투자사들이 내놓은 향후 장세 보고서의 공통 어휘를 꼽자면 `신중한 낙관론'이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피델리티는 최근 펴낸 연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오래 동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기업들이 이제는 자본을 투자할 준비가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들어 투자 전망을 낙관하는 기업의 비율이 상승하고 있고, 장기간 지속되었던 불확실성과 소극적 경영태도가 사라지면서 정상적 상황이 회복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조만간 적극적인 투자가 이행되고,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자본지출이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신중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템플턴도 피델리티와 유사한 입장이다.

은행들이 안정화됨에 따라 저수익의 양질 자산을 매각하고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자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투자자들이 올해 신흥국 주식으로 돌아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기 이전 실행한 부실대출로 타격을 입은 미국과 유럽의 투자은행들이 중앙은행들의 도움을 받아 부실대출을 털어내고 양질의 자산을 늘려온 결과라는 진단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슈로더가 조사한 결과는 더 구체적이다. 지난달 23개국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 이상이 올해 투자 및 저축 비중을 현상 유지하거나 증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0%는 주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슈로더는 이 조사를 근거로 전세계의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시장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북미와 서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투자 신뢰도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스탠스가 `공격'을 준비할 태세로 전환하고 있는 데 반해 여의도 증권가는 살아남기 전략을 간신히 꾸려나가는 고사 직전의 상태다. 지난해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전년대비 55% 이상 감소하며 거래량 1위를 내주며 9위로 뚝 떨어졌고, 살아남기 위한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들은 지점 축소와 명예퇴직 등 감원을 통해 돈 벌어줄 `선수'마저 포기하는 양상이다. 뒤늦게나마 증권당국이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 체계를 바꾸고 연결 회계기준 NCR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투자금융사들의 자력 갱생도 중요하지만 당국이 개입된 증권업계 구제책을 통해서라도 변화하는 글로벌 투자 환경에 신속히 대처해야 시점이 임박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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