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달러-원 환율 하락에 '정중동'으로 일관하던 기획재정부가 공식 구두개입 및 실개입에 나선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시장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등 외환 당국의 공조체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지만, 변동성이 커져 쏠림현상이 심화되면 시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증권자금, 채권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환율 변동성 확대나 쏠림 현상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서울외환시장의 쏠림 심리로 원화가 강세로 이어지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경계로 해석된다.

앞서 기재부도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이름으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최 국장은 구두개입을 통해 "어떠한 방향으로든 시장 쏠림으로 단기간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국인 자금 유출입 및 역내외 시장 거래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외환당국인 기재부와 한은이 서울환시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원 환율이 1,050원을 하회한 이후 당국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는 등 시장에서 쏠림 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신들도 중국 당국에 대한 미국의 환시개입 경고, 최근 엔화의 강세, 환시 개입에 따른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지목하면서 한국 외환당국도 원화 강세를 용인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기재부 외환라인인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과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이 이날부터 12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는 탓에 시장대응을 제대로 못 한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자체가 달러-원 환율 하락에 대한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쏠림 심리가 커졌다는 방증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의 쏠림현상이 환산된다고 판단하면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재부에 이어 이주열 총재까지 환율 쏠림현상에 대해 발언을 내놓으면서 당국에 대한 경계심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서울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전 한때 1,031.40원까지 곤두박질했으나 당국 경계감 등으로 오후 들어 1,040원대로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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