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이재헌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첫 금융통화위원회에 채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한은 금통위에 무관심했던 시장 참가자들은 신임 총재의 첫 간담회에 이례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한은 총재가 바뀐 후 물가나 금리 대응은 물론 환율 정책이 어떻게 될지에도 신경을 쓰는 양상이다.

10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종합(화면번호 2111)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던 환율은 이주열 총재의 환율 쏠림 발언 이후 1,030원대 초반에서 1,040원대로 반등폭을 키웠다.

채권시장에서도 국고3년 지표물 13-7호의 금리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직전인 오전 10시30분쯤 2.830%를 나타내며 올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오후 1시21분에는 2.870%까지 올랐다. 국고 10년물 금리 역시 5.5bp 상승했다.

◇외환시장 "당국 구두개입 이은 이주열 효과"

한은 총재 발언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인 서울외환시장에서 이주열 효과가 나타난 점은 이례적이었다.

이날 달러화는 1,03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매도세가 쏠리는 양상을 보였다. 오전중 기획재정부가 최희남 국제금융국장이 "환율 단기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공식 구두개입을 내놓은 이후 환시는 무거운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주열 신임 한은 총재가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나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 시장 기능이 원화할지 못하므로 시장안정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로 달러화는 점차 반등했다. 이 총재의 간담회 발언이 당국 스탠스에 더욱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환율에 대해 운을 뗀 발언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컸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오후들어 서울환시에서 당국 개입 경계심은 탄력을 받았다. 달러화는 1,030원대 초반에서 1,040원대로 반등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오전에 재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은 후 역외NDF숏커버, 결제수요, 스무딩오퍼레이션 등이 합쳐진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의 코멘트가 나왔다"며 "이 총재의 코멘트 만으로 환율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효과는 본 셈"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물가파이터 이미지, 시장소통 기대"

서울채권시장에서는 이주열 총재가 한은 출신 총재로서 '물가 파이터'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진단했다. 환율 하락과 가계부채보다 거시경제변수인 성장과 물가를 강조하면서 채권금리는 상승했다.(채권 약세)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딜러는 "환율이 워낙 급하게 내려서 한은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결론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변수는 물가가 나왔다"며 "국내 성장세는 잠재성장률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에 많은 책무가 요구되고 있지만, 결국 통화정책은 거시경제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강조했기에 선택과 집중에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 총재의 첫 금통위 간담회 발언이 매파적이었다고 판단하는 한편, 시장과의 소통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박혁수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준비된 한은 총재라는 생각이 와닿았고 이전과 달리 요점 설명이 명쾌해 시장과 소통하려는 흔적이 뚜렸했다"며 "통화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한 발언은 매파적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채권 금리는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이 긍정적으로 해소 되면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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