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저금리·저성장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현장 중심의 체계를 구축,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삼성생명이 지난 10일 본사 임원 10여명 감축, 4본부 5실 40개팀 체제 조직 슬림화, 연구소 통폐합, 도쿄사무소 폐쇄, 본사 인력 자회사 배치 등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꺼낸 말이다.

이번 조직 개편과 관련해 금융권 안팎에선 삼성생명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삼성 금융계열사의 '맏형'이 위기 상황임을 시인한 걸까.

먼저 수익성의 문제다. 삼성생명의 작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천201억원 규모로 발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줄어든 것이지만 비우호적 경영환경과 성과급 지급 등 일회성 요인을 고려하면 일견 수긍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수치가 자회사와 삼성카드 등 일부 계열사의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이고, 별도 기준으론 146억원으로 당기순익이 대축 축소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지분법 평가에 따라 지분 34.4%를 보유한 삼성카드의 손익을 연결 기준 실적에 반영한다. 삼성카드는 해당 기간에 714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외환위기 이전 7~8%대의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장기 저축 및 연금 보험을 대거 판매했고, 이것이 최근의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빅3 생보사의 이차 역마진 부담은 분기당 수천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의 문제다. 저성장 기조 속에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삼성생명은 아직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중국에서 121억원, 태국에서 112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해외 영업에서 약 230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특히 중국에선 2005년 진출 후 8년째 내리 적자다.

이런 초라한 성과는 작년 말 박근희 전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김창수 사장이 취임 후 중국을 수차례 방문하고 중국은행의 투자를 발판으로 방카슈랑스 영업에 나서는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25계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또 외국계 보험사의 상당수는 '삼성'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최근엔 그룹 지배구조 문제도 불거졌다.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면서 자칫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봉착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자사의 대주주나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때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되, 기준은 유가증권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2월말 시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18조6천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총자산의 3% 한도는 4조7천억원이다. 따라서 보험업법이 개정된다면 삼성생명은 한도를 초과하는 계열사 주식을 13조9천억원어치나 처분해야 한다.

같은 보험계열사인 삼성화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상품 구조상 이차 마진에 대한 부담은 작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문제다. 삼성화재의 2013년 회계연도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4.8%로 적정선인 77%를 훨씬 웃돈다. 자동차보험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의미다.

최근 안민수 사장이 미국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해외 사업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해외영업 부문 순익은 179억원으로 전체 순익의 2%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최근 장기·자동차·일반 등 사업단위별로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의 영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어느 정도 성과가 기대되지만, 금융업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큰 결실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