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에 대해 개혁의 칼을 뽑아 들면서 삼성카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카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체크카드 이용실적을 합한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12.3%로 신한(20.8%), KB국민카드(14.7%)에 이어 8개 전업카드사 중 3위다.

4위 현대카드(11.3%)와도 얼마 차이가 나이 않아 국민·삼성·현대 3사가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초 정보유출 사고로 국민카드의 타격이 크다고는 하지만 타 카드사들이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며 여전히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영원한 2인자 꼬리표…실적 압박만 커져

삼성카드는 카드시장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해 본적이 없다. '최고 삼성'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그룹내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이 모두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점과도 비교된다.

글로벌 1위는 커녕 국내 1위도 힘들다 보니 삼성카드가 삼성 내 계열사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11년 내부직원의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해 최고경영자(CEO)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을 당시에는 삼성그룹 이미지에 오명을 남겼다는 비평도 잇따랐다.

이에 삼성 내부에서는 올해 초 터진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에 삼성카드가 연루됐다면 삼성그룹이 이 기회에 카드사업을 아예 접었을 것이란 농담이 나오기까지 했다.

삼성카드의 작년 순익은 2천700억원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 분기치 밖에 안되고, 수십조원씩 수익을 내는 삼성전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삼성카드는 2010년 말 최치훈 전 사장 부임 이후 숫자카드 시리즈를 앞에서 공격 영업에 나서는 등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 시장 장악력을 키우진 못했다.

카드업계의 한 임원은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 등에서 '삼성카드는 왜 업계 1위를 하지 못하느냐'며 여러 번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 전 사장도 실적 스트레스가 심했으며, 직원들도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데 대한 정신적 압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계 한계 넘는 '원기찬式' 혁신 나올까

삼성이 유독 카드업에서 1위에 오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카드업 특성상 기업계 카드사가 가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은 은행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회원유치에서 부터 카드 이용실적 관리, 여신 서비스 제공, 다양한 금융 혜택 제공까지 은행과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비롯해 국민카드, 농협카드, 작년 우리카드까지 은행계 카드사들이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이라는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계열사에 은행이 없는 삼성으로서는 카드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삼성카드는 같은 기업계 카드사인 현대카드처럼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을 잇는 사실상 독점적 시장을 형성한 부문이 없다. 롯데카드도 유통분야에 절대적인 캡티브시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기업간 거래(B2B) 실적을 점유율 산정에서 제외하면서 계열사 간 결제금액이 큰 삼성카드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 역시 삼성카드의 성장을 발목 잡았다.

정보유출 사태로 영업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잔뜩 움추러든 카드시장에서 삼성카드의 공격행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전자 출신의 원기찬 사장이 얼마나 혁신을 이뤄내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원 사장을 임명한 이유도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금융 계열사로 전파하기 위해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원 사장 취임 후 내부적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시너지 창출과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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