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인 에스에이피코리아가 제재를 피할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전원회의를 열고 SAP코리아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는 공정거래 위반 행위 기업이 자발적 시정방안을 마련해 실질적 개선과 피해자 구제에 나선다면 공정위가 제재를 가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소프트웨어 등 정보ㆍ통신(IT) 시장은 변화가 빠른 동태적 시장이고 기술 발전이 부단히 이뤄진다는 점을 개시 이유로 꼽았다.

이 때문에 해외 경쟁 당국도 IT 등 신성장분야의 경우에는 동의의결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SAP코리아를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 '부분해지 금지 행위'와 '임의적 계약해지 행위'는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와 관련된 국내 최초의 사건으로 행정소송 등으로 위법 여부에 장시간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공정위의 근거다.

SAP코리아는 구매자가 회사 합병 때문에 라이선스ㆍ유지보수 계약의 일부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부분해지 금지행위). 소프트웨어를 재판매하는 협력사에 3개월 전에 통보하고,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도 썼다(임의적 계약해지 행위).

또 공정위는 SAP코리아의 본사가 새로운 부분해지 정책을 도입ㆍ시행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국내와 동일하게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일반 상품과 달리 추가비용이 적게 든다는 특성도 반영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면서 SAP코리아는 앞으로 부분해지 정책을 도입하고, 임의적 계약해지 조항을 삭제해 경쟁 질서를 개선할 예정이다.

피해 기업에 대한 구제ㆍ상생 지원을 통해 고객사ㆍ협력사 등 거래 상대방에게 실효성 높은 대책도 마련한다.

이를 토대로 SAP코리아는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한 달 안에 잠정동의안을 만들 계획이다. 잠정동의안이 결정되면 1~2개월간 경쟁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검찰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어 최종동의의결안이 나오면 공정위는 이를 심의하고 확정하게 된다. 해결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면 공정위는 SAP코리아에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 IT 분야에서 신속한 경쟁질서의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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