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KT의 지원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계열사인 KT ENS의 신용등급을 법정관리 직전까지 높게 부여한 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S&P는 15일 보고서에서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사례는 자회사에 대한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면서 "S&P가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KT ENS를 평가했다면 KT의 지원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신용도 상승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S&P의 이러한 언급은 국내 신평사들이 KT의 지원 가능성에 기대 KT ENS의 실제 신용도에 비해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신용등급을 'A'로 부여했고, 나이스신용평가도 'A'로 매겼다.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이 'AAA'로 초우량 기업인 KT가 계열사인 KT ENS에 만일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재무적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신용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KT가 '꼬리 자르기'에 나서자 한신평은 'C', 나이스신평은 'D'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P는 국내 신평사들이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자회사의 독자신용등급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상윤 S&P 이사는 "신용평가 방법론 상 KT ENS의 지위는 비전략적 또는 전략적으로 다소 중요한 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을 것이다"며 "S&P는 KT ENS의 독자신용도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 신용등급을 부여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모기업인 KT의 신용도와는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S&P가 KT ENS의 신용도 지위를 비전략적 또는 전략적으로 다소 중요한 정도라고 본 이유는 이 회사가 KT의 장기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도가 제한적이고 회사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던 데다 주요 사업에서의 성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편, S&P는 향후 KT ENS와 같은 사례는 영향력이 강한 지배주주가 있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T와 포스코처럼 영향력이 강한 지배주주가 없는 그룹의 경우 비교적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자회사에 대한 그룹의 지원 여부가 자회사의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관측했다.

KT ENS의 사례처럼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자회사의 경우는 지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란 게 S&P의 판단이다.

이에 반해 현대차그룹처럼 지배주주가 강할 경우 그룹의 자회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회사를 지원하지 않으면 지배주주가 사회적, 정치적 공세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도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자회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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