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에 구조활동을 자원했던 민간 잠수부들로부터 '민·관 공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주도 '모집'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애초 공조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도 섣불리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선 경우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민간 잠수부를 위한 챔버는 없다

국방부는 18일 사고현장에 평택함·청해진함·다도해함 등의 투입사실을 발표하며 "이 세 척에 설치된 챔버(Chamber, 감압·회복장치)로도 충분히 잠수요원을 지원할 수 있기에 이 정도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챔버로 민간 잠수부들도 해저 구조활동 이후 휴식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는지는 의문이다.

해군에 따르면 수상함 구조함(ATS) 평택함엔 최대 7명, 잠수함 구조함(ASR) 청해진함엔 9명을 수용하는 챔버를 각각 1기씩 보유하고 있다. 청해진함엔 별도로 해저 300m까지 잠수함 구조가 가능한 잠수구조정(DSRV)이 있어 1회당 16명 구조가 가능하다.

도합 이들 챔버의 동시 최대 수용인원은 30명 정도다. 통상 30분 잠수 이후 최소 2시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하는 해저 구조활동 특성상 "충분히 잠수요원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한 건 군 병력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 외에도 챔버를 갖춘 문화재청의 수중 탐사선 시뮤즈호, 누리안호도 투입됐지만 수용인원은 10명 정도에 그친다. 결국 민간 잠수부 인력까지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해수부 '잠수부 모집' 말바꾸기

범 부처 사고대책본부를 진두지휘중인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이날 전국 민간 잠수부 모집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민간 잠수부 모집 공고를 내거나 한 적은 없다"며 "자원봉사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해 진도 현장의 해양경찰 쪽으로 문의할 수 있도록 연결을 해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도 "정부가 전국 민간 잠수부 모집에 나섰다"고 보도가 이어진 데 대해 아무 해명이 없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일부 언론이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작업을 막고 있다"고 보도한 해프닝을 겪고 도드라졌다. 인터뷰에 응한 이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말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수부가 뒤늦게 "모집한 적이 없다"고 해명에 나선 것은 책임회피 성격이 짙다. 사고 현장에선 70여명의 민간 잠수부가 구조 활동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해수부와 해경은 정확한 신원 파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락이 오면 현장 쪽으로 연결만 해줬지 그 사람이 실제로 현장에 갔는지는 파악이 안 된다"며 "해경도 현장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신원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챔버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대통령의 명령만 좇아 무리한 구조에 나설 경우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천안함 교훈 "민간인 도움 안돼"

민간인 모집은 또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듬해 국방부가 펴낸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서 지적했던 내용과도 배치된다. 정부 입장에선 민간인들이 많아질 수록 일원화된 지휘·통제 체계를 구축하기에 애로가 크다는 것이다.

백서는 "구조 및 인양작전 시 민간의 참여와 지원은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실질적 구조작전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오히려 탐색작전 지연 등 많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적었다. 애초 선의의 민간 잠수부들이 달갑지만은 않았던 정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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