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01~1985)가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로 패닉에 빠진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사이먼은 GDP(국내 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라는 개념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GDP가1년간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총량 가치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미국 정부도 사이먼의 GDP가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 했다.GDP가 경제학 부문 20세기 최고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이먼은 GDP가 성장을 통한 복지에 기여한다는 점을 잘 알며서도한계를 가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식했다. 그는 GDP라는 개념을 발명한지 30년인 1964년 성장의 양과 질, 비용과 이익, 단기와 장기 이익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GDP의 한계에 대해서경고했다. 그는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위해'어떻게' 성장시키려는 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GDP에 반영되는 양적인 성장에만 경도되지 말고 삶의 질도 챙기라는 게 그의 경고다.

반세기전에 나온 그의 경고가 지금 우리나라를 죽비(스님들이 선방에서 참선할 때 졸음을 쫓기 위해 쓰는 회초리)처럼 내려치고 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이 국민소득 2만6천달러인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경상수지 800억달러 흑자, 외환보유고 3천500억달러 규모의 나라가왜 그렇게 사고 수습에 무기력한지. 올해 3.9% 성장할 것이라고 큰 소리치는 정부는 왜 기본적인 산수도 하지 못해 정확한 승선 인원도확정하지 못하는지.

사이먼의 GDP는 분명히 획기적인 도구다.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고 소득도 늘어 나는원리를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나라가 생산이 곧 복지이고 선이라는 개념으로 경제 정책을 꾸리는 이유도 여기에있다. 우리나라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정책 모형을 고수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성적도성장률 등 경제 지표로평가됐다. 성장률 위주의 경제정책 덕분에 국민의 소득이 선진국 문턱에 육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이먼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성장률 등 경제 성적표만 보면 글로벌 경제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젊은이의 일자리는 커녕 목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서 더 많이 벌고 잘살아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무슨 소용인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좀 더 집단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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