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 외환시장의 경계심은 강하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24일 핵실험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설사 실험이 강행된다고 해도 오히려 고점에서 달러를 팔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이벤트에 대한 달러-원 환율의 내성이 수차례 확인된 만큼 달러화에 방향성을 제공할만한 재료로 볼 수 없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핵실험이 강행되면 이후 긴장국면이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北 도발…갈수록 영향력 축소

북한 핵실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국내외 진단이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심리도 다소 주춤해졌다.

다만 핵실험 가능성이 달러화를 끌어올릴 정도의 위험회피 재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북한 관련 이벤트가 단발적인 달러화 반등 요인으로밖에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날 달러화는 전 거래일 대비 오히려 4.90원이 하락했다.

당시 달러화는 1,093원선에서 움직이다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3원가량 반등했지만, 이내 상승폭을 반납했다.





<2013년 2월(北3차 핵실험 시점) 달러-원 일별 등락>

지난 2009년 5월의 2차 핵실험 당시 달러화가 3거래 동안 20원가량 상승했다 반락세로 돌아선 것에 비해 반응 기간도 현저히 짧아졌다.

또 지난 2012년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 발사 때에도 달러화가 전 거래일 대비 2원가량 하락했고, 앞서 4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에도 달러화가 6원가량 내렸다.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전 성격의 도발이 아닌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일시적 도발은 외환시장에서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달러 매도 요인으로 작용하는 패턴이 굳어진 셈이다.

◇딜러들 "올라야 5원, 고점 매도"

딜러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번에도 어김없이 달러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A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위안화 약세 재개 등 대외요인과 함께 핵실험 이슈도 부상하면서 숏심리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재료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달러화가 5원 정도 순간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고점으로 포지션을 잡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B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도 "핵실험이 강행된다고 해도 달러화가 반등할 수 있는 폭은 1~2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1,030원대 바닥인식과 우크라이나 불안 등으로 롱플레이 시도도 없지 않지만, 1,040원선 위에서는 물량 부담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하지만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3차 핵실험은 즉각적인 반응은 제한됐지만, 이후 개성공단 폐쇄 및 북한의 연이은 위협발언 등으로 달러화가 3~4월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C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핵실험 자체만으론 영향이 적겠지만, 이후 긴장이 심화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며 "당국 경계로 달러화 하단에 대한 부담도 큰 만큼 역외 등에서 이를 롱포지션 구축 재료로 삼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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