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채권왕' 빌 그로스가 운영하는 핌코의 토탈리턴펀드에서 올해 처음으로 투자금 순유출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로스가 직접 운영하는 토탈리턴펀드는 자산 규모가 2천415억달러 수준으로, 펀드정보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1987년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순유출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는 미 국채가격 하락에 베팅한 그로스의 판단 실수 탓에 수익률이 저조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퍼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토탈리턴펀드에서 23억달러가 순유출됐으며, 이달에도 2억달러가 빠져나가 올해 총 25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했다.

리퍼가 지난해와 2009년에는 토탈리턴펀드에 각각 257억달러와 514억달러가 순유입됐을 것으로 계산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차이다.

리퍼의 제프 트조르네호 선임 애널리스트는 "토탈리턴펀드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 정도 유출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그로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할 수는 없으나, 펀드의 성적이 매우 저조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는 지난달 말까지 36억달러가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닝스타의 실 플러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12월에 세금을 내려고 지분을 처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달에도 자금이 유입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WSJ는 이런 추정치는 리퍼와 모닝스타의 고유한 계산법에 따른 것으로, 핌코는 투자금의 유입과 유출과 관련된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SJ는 투자금 유출에 대해 그로스는 답변을 거부했고, 핌코의 대변인은 답변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로스의 토탈리턴펀드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3.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채권 투자의 벤치마크로 자주 활용되는 바클레이즈의 미 종합채권지수가 7.8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WSJ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그로스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그로스가 기록한 수익률은 연 7.22%로, 바클레이즈 지수가 보인 연 6.32%를 웃돌았다.

sjkim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