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영화 `부당거래'의 등장 인물이 내뱉은 말이다. 사람에게 호의와 배려가 잦아지면 어느샌가 상대방은 그게 당연한 듯 여기며 뻔뻔해진다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공무원들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다.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한 인력인 공무원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은 불평 한마디 없이 세금을 통해 호의를 베풀었지만, 방만해진 공무원들은 이를 권리로 받아들인 결과가 이번 참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리만 남고 정작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겠다는 근본이념은 사라져버렸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물에 뛰어들거나 소신껏 일을 처리한 공무원은 찾을 수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과도한 혜택이 본연의 임무를 가린 탓일까.

언젠가부터 9급 공무원 채용 시험 지원자가 100만명에 육박한 것은 공무원이 누리는 유무형의 혜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고의 불안에서 자유로운 것부터 시작해, 혜택과 권리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의무와 책임은 그것을 따라가질 못했던 부조리한 상황이 도출된 것이다. 공무원의 `정년보장', 공무원 연금의 `국고보조', 공무원 임기후 `낙하산취업' 등만 봐도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은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질만하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일부 연금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지만 개혁 자체를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주무르는 탓에 일정도 담보되지 않는 모습이다. 2016년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시간 끌기일 뿐이다.

국민연금은 두 차례에 걸쳐 개혁이 있었다.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로 늦추고, 소득대체율을 평균소득의 40%로 깎았다. 반면 공무원 연금은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고작 지난 2009년 소득대체율을 76%에서 62.7%로 한 차례 내렸을 뿐이다. 그것도 본봉에서 수당을 붙여서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어 인하 효과도 상쇄해버렸다.

국고 보조가 잇따르니 연금은 운용할 의지도 약하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주요 연기금 중 운용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퇴직후 `낙하산 취업'도 공무원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현행법으로는 공무원이 퇴직 후 2년간 직접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는 취업할 수 없지만 조합이나 협회 취업엔 제약이 없다. `짬짜미' 인사코스가 대기하며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구조다.

퇴직후 고액소득이 있어도 공무원연금의 절반을 보장함으로써 `꿩 먹고 알 먹는' 공무원연금 구조도 자기들끼리 만들어 놓고 있다. 공무원들의 봉급이 민간보다 적으니 연금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옛말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공무원들의 보수는 연속 올랐다. 2013년 3월 말 기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301만원이다.

이에 비해 2014년 4월 안전행정부가 밝힌 공무원의 월평균 기준소득액은 435만 원이다. 공무원 보수는 대기업 직원들보다 낮고 중간 소득자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결코 적지 않다는 얘기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의 대한 처우가 박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공무원들이 국가를 위해 먼저 헌신한 뒤에야 처우가 뛰따라야한다는 말이다.

이번 참사로 나타난 공무원들의 역할과 마인드에 대한 엄중한 질책과 처벌과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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