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2011년 외환시장은 일본부터 유럽, 이집트까지 이어진 대외변수로 부침을 반복했다. 국내에서도 물가 파동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을 흔들었다.

험악한 장세에도 환시참가자들의 대내외 이슈에 대한 반응은 눈에 띄게 의연해졌다. 자본유출입과 시장 쏠림에 대처한 외환당국의 노력도 주목을 받았다. 연합인포맥스는 2011년 서울환시와 내년도 전망, 주요 이벤트를 짚어보고자 4회에 걸쳐 결산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외환시장이 잦은 모멘텀에도 변동성이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유럽 사태와 일본 대지진, 김정일 사망 등 연이은 대형 이벤트에도 개입경계심 강화에 따른 변동성 축소의 특징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다가오는 2012년에는 달러화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내년에는 상승 모멘텀에 주목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형 이벤트 속속, 환시 출렁 = 올해는 일본 대지진, 그리스 디폴트 우려, 미국 신용등급 강등, 김정일 사망 등 대형 이슈가 줄줄이 시장을 뒤흔든 해였다.

올 3월 일본 대지진으로 달러-원 환율은 1,140원대로 급등했다. 증시가 출렁이고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일본이 지진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엔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다. 11년만에 주요 7개국(G7)의 공동 환시개입이 이뤄질 정도로 엔고는 대지진 직후 일본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라는 관측도 달러-원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유로존 정상들이 지난 7월 그리스 신용등급의 '선택적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감수할 것임을 시사한데 이어 지난 9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리스는 사실상 디폴트가 다수 견해"라고 언급했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달러화 장중 고점은 1,208.20원까지 급등했다. 연중 고점이었다. 이후 그리스에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프랑스계 은행들의 유동성 압박까지 이어지며 달러화는 올해 내내 유럽 이슈에 민감한 흐름을 보였다.

12월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달러화를 뒤흔들었다. 북한의 정세 불안과 도발 우려 등으로 연말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든 장에서도 달러화는 1,150원대에서 1,18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환율 변동성은 축소 = 외환딜러들은 올해 달러-원 환율이 연쇄 대형 이벤트에 비하면 적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2011년에 일중 고점과 저점 차이가 10원 이상 벌어진 날은 37거래일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일중 변동폭이 10원 이상이었던 날이 80거래일이었던 데 비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그동안 달러화의 방향성과 속도보다 변동성 축소에 더욱 무게를 실으면서 달러화 변동성은 크게 줄었다.

외환당국 관계자들은 달러화의 변동성 확대를 주시하며 레인지 장세 형성에 주력했다.

당국은 지난 9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1년 반 만에 공식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공식 구두개입에서 "어떤 방향이든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올해는 익숙한 대형 이벤트가 많았는데 그에 비해 달러-원 환율 변동성은 작았다"며 "당국의 외환시장 변동성 관리로 20~30원만 움직여도 개입 경계심이 구축돼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B은행의 또 다른 딜러도 "달러-원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레인지 장세가 지속적으로 형성됐다"며 "원화 주도의 아시아통화 흐름도 약해지고 매크로 펀드들의 원화 강세 베팅도 약했다"고 말했다.

▲2012년 환율은 `상고하저` 예상 = 외환딜러들은 연초 달러-원 환율 상승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

연초에 새로 포지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유럽 국채 만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만기가 1~3월에 집중돼 있고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남아있어 달러 매수세가 형성될 수 있다.

C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연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 일정이 포진돼 있어 유럽 국가간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또 한번 달러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딜러들은 1,200원대까지 갈 정도로 유럽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환율 변동성 축소로 가닥을 잡은 외환당국이 1,200.00원 부근에서는 재차 개입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봤다.

D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지난 10월초 1,200원대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를 효과적으로 방어한 만큼 이런 흐름은 지속될 듯하다"며 "유럽 불확실성으로 1,200원선이 일시적으로 뚫리더라도 변동성 관리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연말로 갈수록 선진국 경기 둔화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국가의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E은행의 외환딜러는 "올해 외환시장은 아시아 시장이 뜨고 유럽계가 지는 장세였다"며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도 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에도 아시아 통화가 좋은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정 여건이 개선되고 증시 상승과 더불어 수출이 위축되지 않는다면 달러-원 환율이 내년 하반기에는 1,100원 하향 시도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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