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사상 초유의 해상 참사가 빚어지면서 `국가 개조'라는 큰 개혁 아젠다가 부상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명제가 참사로 인해 급작스럽고 뒤늦게 떠오른 것은 유감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엔 틀림없다. `관피아'로 비하되는 공무원들의 부조리한 행태를 척결해 사회 시스템을 보다 공정하고 유연하게 만들고, 관료제가 가져다주는 폐해들을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은 지상 과제다.

하지만 또하나, 세월호 참사 후유증으로 빚어지고 있는 경기 위축 가능성에 대한 대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정도의 대한 이견은 있지만 다수의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미 최근 해외 IB(투자은행)들은 각종 채널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회복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부는 금년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양상이다. 노무라, 골드만삭스 등은 세월호 참사에 따라 국민들과 기업들이 여행, 이벤트, 프로모션 등의 계획을 취소 또는 연기함에 따라 민간소비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기적으로 5월과 6월은 민간소비가 증가하는 때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노무라의 경우 금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2.9%에서 2.2%로 하향 전망했다. 노무라는 국내에서 일어난 과거 대규모 참사, 즉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을 비롯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때와는 달리, 이번 세월호 참사가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차적으로 여행, 식품서비스, 전반적인 소매판매 등 내수산업을 비롯해 각종 투자시장에도 2,3차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101.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4월과 5월 지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짙다. 거시 지표뿐 아니라 시장지표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증시지표다. 코스피는 경기 전체를 반영한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제 3조원선으로 내려섰다. 2007년이후 최저 수준이다. 부동산 지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월 'KB부동산 전망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지난달(111.0)보다 11.8포인트 하락한 99.2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이하로 하락한 것은 8개월만이다.

이에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뾰족한 수를 마련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경기에 미치는 후유증이 특정 업종과 시장에 국지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 충격에서 오는 사회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경제활동 자체에 대한 의욕 상실 등의 현상은 단편적인 정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신뢰회복이 선결돼야 경제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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