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그리스가 국채 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사그라질 전망이다.

다만 9일(유럽시간)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오후 1시경(GMT기준) 회동해 그리스 국채 교환을 '신용 사건'으로 판단할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리스가 국채 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1천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지급받겠지만, 그리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5월 초 예정된 그리스 조기 총선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야당이 국제 채권단에 재정 긴축 이행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정국이 불안하게 전개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 교환 '성공적' 마무리 = 그리스 국채 교환에 참여하기로 한 채권단 비율이 그리스 정부가 목표한 수준을 넘으면서 그리스 이후 국채 교환 과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예정된 그리스 국채 만기일에 그리스는 디폴트를 면하게 됐다.

이날 그리스 재무부는 그리스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 1천770억유로 중 85.8%인 1천520억유로가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외국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 중 69.0%인 200억유로도 국채교환 참여의사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그리스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도 강제로 국채를 교환토록 하는 '집단행동조항(CAC's)'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혀 전체 참여 국채는 1천970억유로로 참여율은 95.7%에 달했다.

채권단의 참여율이 EU와 IMF, 그리스 정부가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그리스는 1천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디폴트를 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럽 재무장관들은 국채 교환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전화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그리스 국채 교환 결과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그리스에 대한 1천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ISDA '신용사건' 판단 주목 = ISDA는 같은 시각 그리스 국채 교환이 '신용 사건(credit event)'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회동할 예정이다.

ISDA는 지난 2일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이 합의한 채무조정은 신용부도스와프(CDS)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신용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판단은 국채 교환이 강제적 성격을 띠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려진 것으로 국채 교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도 강제로 국채를 교환토록 하는 CACs가 적용된 경우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그동안 시장 참가자들은 디폴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보험 성격의 CDS가 신용 사건에도 변제를 촉발하지 않는다면 CDS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따라서 ISDA가 이번 사건을 신용 사건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SDA도 지난 2일 "그리스 상황은 여전히 변하고 있어 이날 결정들이 추가의 질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해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그리스 국채 CDS 순거래잔액이 32억달러로 크지 않은 규모라는 점에서 ISDA가 이를 '신용 사건'으로 판단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스 '시간 벌었을 뿐'..5월 총선도 불안 = 그리스의 국채 교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나 그리스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5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불안해질 수 있는데다 차기 정부가 이행 확약서대로 긴축안을 이행할지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또 그리스의 부진한 경제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은 그리스에 많은 과제가 남았음을 시사한다.

그리스는 국채 교환으로 부채 1천70억유로를 탕감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오는 2020년까지 긴축안 이행 등을 통해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12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국채 교환 결과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했으나 그리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5월 총선을 전후로 그리스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쿄 소재 크레디 아그리꼴(CA)에 사이토 유지 외환담당 이사는 "혼란스런 디폴트를 막았지만, 다음 달 예정된 총선은 차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소재 솔라리스 그룹의 팀 크리스키 최구투자책임자(CIO)는 "이날 결과는 그리스 부채 상황이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우리가 그리스로부터 듣게 될 마지막 얘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황이 다른 쪽으로 가지 않아 안도했다며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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