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삼성SDS가 기업공개(IPO)를 결정한 가운데 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고, 지분 구조상 지배구조와 얽혀 있는 대기업 그룹의 IT 기업들의 상장 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 그룹의 IT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오너가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기업들도 적지 않아 이번 삼성SDS의 IPO가 다른 기업들에 미칠 여파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 그룹 가운데 IT 기업을 보유한 곳은 LG(LG CNS), SK(SK C&C), 포스코(포스코ICT), 한화(한화S&C), 롯데(롯데정보통신), 현대(현대U&I) 등이다.

이 중 현재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SK C&C와 포스코ICT에 불과하다.

대기업 그룹 계열의 IT 기업들은 그간 그룹내 안정적인 매출을 통해 '폭풍성장'을 이뤄왔다. 오너 일가의 지분 참여를 통해 매우 적은 자본금으로 설립된 이후 그룹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해를 거듭할 수록 외형을 키워왔다.

경영권 승계와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포석에 따른 밀어주기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 상장을 결정한 삼성SDS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하면서 대기업 그룹 IT 계열사들의 입지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그룹 IT 기업들이 삼성SDS와 같이 당장 증시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수익창출에 한계가 생기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성장을 위한 종잣돈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IPO 업계의 한 관계자는 9일 "삼성SDS가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다보니 상장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회사측에서 밝힌대로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방안이 증시 상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른 대기업 그룹의 경우 여전히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내부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보니 증시 상장을 꺼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LG그룹의 IT 계열사로 국내 빅3의 시스템종합(SI) 기업인 LG CNS의 관계자는 "삼성SDS와 사업구조가 다르고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상장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찌감치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구조 체제를 갖춘 LG그룹 입장에서 LG CNS를 상장시켜 당장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많지 않다. 지분구조도 단순하고 자체적인 수익성도 비교적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가 LG CNS의 지분을 85%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삼성SDS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지분율 1.1%)과 친족관계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0.8%), 구본준 LG전자 회장(0.3%),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0.1%) 등이 일부 지분을 들고 있으나 큰 의미는 없다. 그룹내 매출 비중도 약 37% 정도에 불과하다.

한화그룹의 IT 계열사인 한화S&C는 삼성SDS와 비슷한 경우로 꼽히는 곳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1년 설립 당시 1천억원에도 못미치던 매출액은 2012년 1조원을 넘어서면서 급성장했다. 물론 한때 60%를 넘어서던 그룹 매출 비중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탓에 50% 초반까지 떨어졌고 계속 줄이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높다.

지분 구조 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잣돈 마련에 나선 것이란 외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화그룹이 상장을 추진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S&C 관계자는 "외부에서 상장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롯데그룹의 IT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금 확보가 목적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그룹내 매출은 60%를 넘어서고 있다. 그간 상장 준비를 해 온 터라 시기만 잘 맞으면 올해 안에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동생인 신동주 일본 롯데 회장이 4%,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3.5%의 지분을 들고 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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