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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내 책상 앞 잘 보이는 위치에 붙어 있던 격언이다. 공부하기 싫을 때, 놀고 싶고 자고 싶을 때 이 글을 쳐다보며 전의(?)를 다졌었다(여러분도 그러지 않았던가? 나만 그랬나?). 지금 생각해보면 치기 어린 짓이었으나 어쨌든 격언 덕택인지 뭔지 나는 그 힘든 학창시절을 그럭저럭 버텼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등등... 속담, 혹은 격언(格言)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금쪽같은 지혜를 몇 자 안 되는 단어로 함축한다.

금융시장에서도 “'이미'는 '아직' 이고, '아직'은 '이미'이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봐라” “주식을 사기보다는 '때'를 사라” 등과 같은 격언이 있다. 찬찬히 생각하면 참으로 유익하다. 고수들도 한 말씀 하셨다.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 소수의 저평가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말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자신의 생각이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라고 말했고, 존 템플턴은 “가장 매력 없는 주식이 가장 매력적인 사냥감이다”는 말로 역발상 투자를 주장하였다.

그런데, 투자 대가들의 금언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피터 린치에서 딱 멈췄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아서 얻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 말을 들으니 나는 좀 찔린다. 알다시피 나는 ‘얻어지는 것도 없는’ 그놈의 비관론을 내내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피터 린치의 말마따나 무언가를 얻으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옳다. 그래야 한다. 매사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 역시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잘 맞지 않는(!) 비관론을 우기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나같이 비관하는 사람이 있어야 시장에는 낙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같다면 시장에서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런 의견도있구나’정도로 내 주장을 접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라고 매사 부정적으로 보고 싶겠는가? 나 역시 길게 보아서는 낙관론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미래에 대하여 낙관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일단 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믿기에 비관론을 떠드는 것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그 ‘조정다운 조정’이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으니 문제이다만.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컵이 물이 반쯤 차 있을 때 낙관론자는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지만, 비관론자는 “컵에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네”라고 말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요즘이 바로 그 짝이다. 차트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참으로 애매하여 마치 컵에 물이 반쯤 차있는 격이다. 기술적분석으로 주장하기로 주가가 오른다고 할 수도 있고, 거꾸로 내린다고 할 수도 있다. 어떨까?

그동안 코스피지수가 꽤 많이 내렸다. 2,000선을 넘나들며 당장에라도 전고점을 돌파할 것 같던 위세는 간 곳이 없고 직전 저점이나 지지선의 유지 여부를 걱정해야 할 때이다. 일목균형표로도 상승추세는 상당히 손상되었다. 기준선과 전환선은 어느새 역전된 상태이고,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캔들 아래로 내려서며 역시 ‘역전’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그동안 구름 위를 훨훨 날아가던 지수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구름에 딱 닿았다는 점이다. 다른 괘선 들도 역전된 형편에 주가가 더 밀려서 구름마저 무너뜨리면 상승세는 '만사휴의'이다. 다시 길고 지루한 하락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상승세로서는 다행스러운 것이 주가가 구름에 닿긴 하였지만, 더 밀리지 않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8일, 지수는 장중 1,934까지 밀리면서 구름 하단을 무너뜨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터. 그러나 지수는 이후 반등하는 데 성공하였고, 되레 구름을 지지선 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지표들도 긍정적이다. 스토캐스틱이니 RSI 등도 바닥에서 반등하였다. 이로 미루어볼 때 주가가 좀 더 오를 것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이번 주 중반 이후에 주목해야 한다. 당장에야 반등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그 반등이 쑥쑥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주장하였듯 추세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낙관론자라면 구름의 지지를 기대하면서 지금부터 ‘하락 조정 끝, 상승 시작’의 주장이 나오겠다. 그러나 비관론자의 눈으로는 구름이 무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약간의 반등, 그다음은 모르겠다’는 의견일 터. 나야 뭐... 후자이다만.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 환율이 하도 순식간에 추락하는 바람에 시장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합인포맥스에 환율의 하락을 놓고 ‘미스터리’라거나 ‘수수께끼’라고 표현하는 기사가 등장할 정도이니 말이다. 나 역시 당황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환율이 하락할 거라고는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하락하더라도 서서히 밀리거나 혹은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도 나타나면서 밀릴 것으로 생각하였지 이처럼 후딱 급락 혹은 추락하리라고는 예견하지 못하였다. 놀랍다.

그런데 사실 더 큰 일은 이 시점에서 달러-원의 향방을 기술적분석으로 예측하기가 역시 만만치않게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의 급락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그렇다치고, 앞으로라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걱정이다. 달러-원 환율은 명명백백 하락세이다. 추세로 예측한다면 환율이 더 떨어져야 옳다. 일각에서 말하듯 ‘세 자리 숫자’를 본다고 하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다만, 환율이 너무 하락하였기에 소위 ‘급락에 따른 반등’이 예상되고, 거기에다 ‘당국이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는지라 어렵다.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순수한 기술적분석으로 따진다면 설령 환율이 반등하더라도 그 폭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차트에 나타난 갭이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율이 하락하면서 여러 차례 갭을 만들었던 터. 그런데 이처럼 연거푸 형성되는 갭은 ‘돌파갭’이기보다는‘급진갭(run away gap)’이 될 공산이 크다.

급진갭은 저항선으로 작용하기 마련. 그러므로 설령 환율이 급락에 따른 반발로 오르더라도 이 갭에서 막힐 운명이 된다. 당장에 앞을 가로막을 갭은 1,030원대 언저리. 그리고 이 갭을 넘어서지 못하면 환율은 재차 하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전저점 1,020원대로 무너뜨릴 수밖에 없겠다. 추세가 워낙 막강한지라 이런 판국에 바닥을 논하는 일이야말로 지극히 위험하다. 지지선의 의미는 사라졌다. 시장이 멈추는 곳이 지지선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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