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건희 회장의 입원 소식을 접하면서 `삼성'이라는 기업을 떠나 `인간 이건희'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97년 펴 낸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 담긴 이 회장의 인간적 면모와 철학은 삼성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은 기업의 변화와 도전을 강조해 왔다. 자서전에서 그는 `변화는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변화가 진보이고 피하지 못할 흐름이라면 이를 수용하면서 남보다 먼저 기회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와 기업의 동반자적인 역할은 필연이라고 했다.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기업도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며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사소한 것도 기록하라'는 말은 메모 습관만이 아니다. 늘 점검하고 반성하고 기억해두는 습관, 즉 개인적으로 자기 발전에 대입할 수 있지만 기업과 사회로 보면 시스템적으로 늘 점검하자는 것이다.

책에 담긴 말과 경구들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평이한 덕목들이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인 이 회장의 바탕이 에세이에 나타난 기본적인 철학이 발현된 것이다. 이러한 철학들이 삼성의 성장의 계기인 반도체사업에 투영됐고, 93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던 '신경영선언'이나 품질경영, 디자인 강조 같은 기업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의 토대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국내외 언론을 비롯한 세간의 관심는 `이건희 체제 이후의 삼성'이다.

일부 해외 언론은 이와 관련해 삼성에 곧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쓰기도 했고,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포스트 삼성'을 이끌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들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만큼 후계 구도는 어떻게 짜여질지, 지금까지의 삼성을 이끈 리더십이 지속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하지만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대권을 물려받았을때도 지금과 같은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선대와는 상이한 리더십을 무기로 이건희 회장은 20여년간에 걸쳐 삼성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

혹자들은 이병철 회장의 리더십을 `도전하는 리더십'으로 표현했고, 이건희 회장은 `창조하는 리더십'을 가졌다고 말한다.

오늘날 삼성은 2대에 걸친 회장들의 상이한 리더십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 결과다.

이제 이목은 3세대 삼성의 모습에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빠른 쾌유와 차세대 삼성 리더십의 새 모습을 기원해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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