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그리스의 국채교환이 마무리됐다. 채권단은 기존 그리스 채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장기채권을 받게 된다. 1천억유로가 넘는 그리스의 빚을 채권단이 적절한 수준에 탕감한 셈이다.

그리스는 약속대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천3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다. 20일 만기인 채무를 갚을 자금이 금고에 들어오는 셈이다. 돈을 받은 대신 그리스는 가혹한 경제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채교환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민간채권단이 있어서다. 그리스는 이런 채권단을 집단행동조항(CAC's)을 발효해 강제로 참여하게 했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이번 국채교환을 신용 사건(Credit Event)으로 규정한 이유다. 신용 사건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완곡한 단어로 포장한 말이다. 원칙적으로 이번 사건은 디폴트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잘 풀리는 듯했으나 마지막에 오점을 남긴 셈이다.

2년간 계속된 그리스 빚탕감은 승자 없는 게임이다. 시간만 허비하고 그리스와 채권단,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모두 손해보는 게임을 하고 말았다.



# 글로벌 통화정책에서도 승자 없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양적 완화를 놓고 힘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두 나라의 통화정책은 그리스 이슈만큼 국제금융시장에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BOJ)은 12~13일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14일 새벽엔 미국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회의에서 국채매입 규모를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10조엔 확대했다. 이는 엔화 약세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계기가 됐다. BOJ의 통화정책은 외환시장에 영향력이 없다는 통념과 달리 시장에 큰 파장을 남겼다.

디플레이션을 막고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엔화를 풀겠다는 게 BOJ의 기본 생각이다. 엔화 약세론자들이 이번 회의에 거는 희망 역시 크다. BOJ의 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BOJ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BOJ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올 대책을 고민하는 흔적을 내비칠 것이다. BOJ는 이번이 시장 장악력을 회복하고 모처럼 잡은 엔화 약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새로운 양적 완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애초 생각했던 3차 양적완화(QE3)가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3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가 20만개를 넘는 등 고용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생긴 것도 부담스럽다. QE3를 쓸 명분이 약해지고 있기에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이용해 애드벌룬을 띄웠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부양할 방법으로 '불태화 양적 완화'의 개념을 시장에 알렸다.

기본 골격은 Fed가 국채나 장기주택담보증권(MBS)를 매입하되 여기에 쓰려고 새로 찍어낸 돈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를 이용해 흡수한다는 것이다. 고유가 부담에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연준의 의지는 달러 강세(對엔)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연준이 이번 주 열릴 회의에서 새로운 양적완화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달러 강세-엔 약세의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일거에 바뀔 수도 있다. 결국 미국과 일본은 장군멍군식으로 양적완화 경쟁을 하는 셈이다. 그 배경에는 환율이 있다. 일본은 엔고가 싫고 미국은 강달러가 싫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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