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소문이 있다. 바로 삼성그룹의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상장설이다.

두 회사 모두 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보니 소문이 돌 때마다 장외시장에서 해당 종목의 주식 거래가는 급등하고 IPO 관계자들도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삼성 측은 그때마다 상장 계획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12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反)대기업적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해 삼성이 에버랜드와 SDS 상장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종목이 상장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막대한 차익을 얻게 돼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상장 문제는 사업적 관점에서만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 삼성, 단골손님 '상장설' 번번이 부인 = 그동안 삼성SDS를 둘러싸고 상장 추진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10년 SDS가 코스닥 업체인 크레듀를 합병하자 느닷없이 '우회상장설'이 증권가에 급속히 퍼졌고, 최근에도 일부 언론을 통해 SDS가 올해 안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삼성 측은 이례적으로 이재용 사장 등이 직접 나서 상장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에버랜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상장계획을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12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규정 때문에 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매각할 때도 에버랜드의 IPO를 약속했으면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끝내 상장을 약속하지 않으면서 낮은 매각가를 감수했다.

또, 최근 진행 중인 한국장학재단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4.25%)과 삼성카드 보유지분(3.64%)의 추가 매각 작업에서도 원하는 기관투자자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은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IPO 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7일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에버랜드 지분 매각에 개인투자자들이 상장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상당 기간동안 상장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상장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알짜 기업' 에버랜드·SDS 당장 상장도 가능 = 에버랜드는 수익성이나 성장성, 지분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그룹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 상장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이면서도 작년 매출이 2조2천억원에 달한다.

또, 이번에 삼성카드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나서도 여전히 오너 일가 등 삼성그룹의 지분율이 67.68%에 달해 지배구조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상장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삼성SDS 역시 4조원 수준의 매출에 10%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낼 정도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당장 증시에 상장돼도 시가총액이 9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SDS는 '오너 일가-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고리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해도 그룹의 경영권 유지에는 지장이 없다. 상장과정에 장애물이 없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IPO 담당자는 "에버랜드와 SDS 모두 수익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룹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뛰어나다"며 "따라서 그룹의 결정만 있으면 두 기업은 시장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언제라도 증시 상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이재용 등 막대한 '상장차익' 가능..'여론'이 걸림돌 =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삼성카드가 보유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가 됐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각각 8.37%씩을 보유해 에버랜드의 주요 주주다.

따라서 에버랜드가 상장하면 이재용 사장의 보유지분 가치만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또, 이재용 사장은 삼상SDS 주식도 8.81%를 보유하고 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각각 4.18%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10만원이 넘는 SDS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재용 사장의 지분가치는 7천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지분가치는 각각 3천500천억원 수준에 달한다.

결국, 에버랜드나 SDS가 상장되면 이재용 사장 등 오너 3세는 모두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최근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反)대기업 정서가 거세지고 있어, 이 경우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삼성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과정에서 에버랜드 지분을 이재용 사장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상속됐다는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는 에버랜드 상장으로 이런 논란이 다시 재연되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나서 오너 일가의 문제가 여론의 중심에 서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따라서 계열사 상장 과정에서 오너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도 "요즘 정치권이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분위기에서 삼성은 빵집 사업도 제일 먼저 철수하는 등 여론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삼성은 오너 3세가 지나친 이득을 취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굳이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의 관계자는 "상속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고, 계열사 상장 여부는 오로지 사업적 측면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사업적으로 필요성이 없어서 에버랜드와 SDS의 상장 계획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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