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은 양면성을 가진 곳이다. 치밀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빈번하다. 비논리의 논리로 움직이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금리는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금리는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던 박스권(2.60~2.80%)을 뚫고 내려갔다. 단기물과 장기물도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의 하락은 월가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다.

애초 시장에선 금리 상승을 예상했다. 미국의 출구전략을 의식해서다. 미국이 양적완화(QE)에 종지부를 찍고, 풀었던 돈을 회수하면 금리가 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교과서적으로 접근했다가 낭패를 본 월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QE 축소가 계속되고 금리정상화가 예고되고 있음에도 금리가 속절없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의 하락엔 복잡한 변수가 숨어 있다. 저금리 기조의 유지와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 부족 등 대내 변수도 있으나 대외변수의 영향도 있다. 특히 중국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를 샀다. 2011년 4월 3조달러였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4조달러에 육박한다. 3년만에 1조달러나 늘어났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계속 사들이고 있으므로 미국 국채가격은 오르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하락압력을 받는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으로 유럽 자산도 산다. 정치.외교적인 이유로 껄끄러운 미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유럽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최근 유로화가 오르는 것 역시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유로화의 상승 배경에 중국이 있는 셈이다. 유로화의 상승이 부담스러운 유럽중앙은행(ECB)은 돈을 풀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임을 예고했다.

ECB가 돈을 풀겠다고 하니 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이는 미국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줘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발 변수가 유럽을 거쳐 나비효과를 일으켜 미국 금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금리가 중국의 영향권에 있다는 것은 이미 2000년대 중반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에서 경험했다.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당시 미국경제의 거품을 빼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뒤따라 올라야 할 시중금리는 제자리걸음만 걸었다. 이 현상의 배경에 중국이 있다는 수수께끼의 해답은 그린스펀이 문제 제기를 한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풀렸다.

금리하락의 대내 변수 중에서는 연준의 저금리 기조 유지와 핌코가 제기한 '뉴 뉴트럴'을 주목할 만 하다. 빌 그로스 핌코 매니저는 저성장-저수익의 뉴 노멀 대신 저금리의 장기화를 의미하는 뉴 뉴트럴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미국 금리 하락의 배경을 뉴 뉴트럴로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하락은 여러가지 면에서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다. 금리가 하락하니 잘 나가던 뉴욕주식시장도 주춤대고 달러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복잡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발생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유는 있게 마련이다. 시장은 언제나 옳다는 명제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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