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 당국 수장들은 돈의 값인 금리가 오를 때보다, 내릴 때 긴장해야 한다. 금리 하락은 경기가 좋지 못해 돈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적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제한적이나마 랠리 양상을 보이며 가파른 속도로 내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미국채(TB)와 국고채(KTB) 등 경기회복세가 강화된다는 나라의 금리 하락세가 유난스럽다. 경기 전망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장기금리의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연합인포맥스의 채권대표 수익률 추이(화면번호 4413)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국고채 3년물 금리가 2.829%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인 2.826%에 근접했다. 5년 이상의 기간물은 모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고5년은 3.064%, 10년 3.378%, 20년은 3.554%에 마감했다. 국고 3년은 연중 고점과 비교해 10bp 가까이 떨어졌다. 국고5년은 25bp, 10년은 30bp 넘게 하락했다. 최근 장기구간 금리가 더 많이 떨어지는 커브 평탄화(플래트닝) 기조에 따른 것이다.전날 기준으로 국고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55bp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7월24일 이후 가장 작다. 글로벌 채권금리 급락세에 따라 기간별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플래트닝)한데 따른 결과다. 국고 10년물과 기준금리의 차도 90bp 이내로 좁혀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회복을 자신하면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냈지만 서울 채권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채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고 듀레이션까지 늘리고 있다.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비해 절대수익률이 높은 원화채에 대한 수요를 확대한 결과로 풀이되지만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다.







<2007년 7월25일 종가기준 2004.22를 기록한 뒤 7년째 2,000에 안착하지 못하는 코스피>



장기금리는 통화정책 요인뿐만 아니라 경기, 물가 등의 펀더멘털 요인, 금융시장의 상황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국고채 20년물과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스프레드가 100bp에 불과하다는 의미는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 전망이 그만큼 밝지 않다는 시장의 컨센서스로 볼 수도 있다. 3%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인구고령화, 저출산, 청년 실업, 베이비부머 퇴장 등과 맞물려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길게 보면 3% 중반의 국채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2%대로 떨어진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 등 금융시장의 다른 수익률을 봐도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7년 7월25일 2004.22로 2,000을 넘어선 뒤 7년 동안 안착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채권시장 일부 전문가는 당국이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가려면 한국의 장기금리 하락에 숨은 뜻도살펴 볼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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