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산에 올라가서 인증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발령 나기 전부터 설마했는데, 막상 인사이동 소식을 접하니 동료들의 선택(희망퇴직)을 따르지 않고 버틴 나 자신이 한심하다"

A 증권사의 강북지역 지점장(부장급)은 26일 사내 ODS(Outdoor Sales)본부로의 발령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앞서 회사로부터 희망퇴직을 권고받았던 그는 '아직 때가 아니다'는 생각에 회사에 남기로 했지만, 최근 ODS 본부 발령 소식을 접하고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ODS 조직은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들이 현장 영업을 강화하며 속속 증권가에 등장했다. 업계에 방문판매 이슈가 확산하며 ODS 조직은 영업 전략의 일환으로 리테일 본부 내 별동대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지점 수를 줄이기 시작하자, ODS 조직은 '희망ㆍ명예퇴직 대기조'가 됐다. 조직 개편으로 남는 인력을 외부영업 인력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 ODS 조직이 직제상 정식 본부가 아닌 증권사들은 퇴직을 압박하는 자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최근 ODS 조직 관련 인사를 추진했거나,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곳은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10여 곳 정도다.

B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말이 외부영업이지 사실상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힘든 환경인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간 회사에 몸바친 20년의 시간이 있는데 한순간 이렇게 되는 것은 조직으로부터 버려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ODS 조직을 운영하는 회사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C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그간 ODS 전용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장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영업에 도움되는 역할을 ODS 본부가 해왔는데, 일부 사례를 들어 ODS가 쓸모없는 조직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ODS 조직이 회사 내 어긋난 인력 수급을 해결하는 데 다소 손쉬운 해결책인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업황 개선이 당분간 어려운데다, 외부 영업 부진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ODS 조직을 내부적 조직개편의 한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은 증권사들도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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