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골든타임(Golden Time). 세월호 참사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진 상식 용어다. 원래는 라디오나 TV 편성표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황금 시간대를 뜻하는 방송용어였다. 이제 응급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주 긴급하게 회의를 열어 서민경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서민경제와 내수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정책을 강행해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공공기관 정상화가 여론의 '화풀이식'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까지 줄이도록 유도하는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학자금 지원 철회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과도한 복지혜택 축소차원을 넘어 실질 임금 대폭 감축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해 평균 1천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학자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공공기관 임직원 25만명 가운데 상당수의 실질 임금이 그만큼 삭감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실질 임금 삭감은 부의 낙수 효과까지 차단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무원 사회의 적폐를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내수 활성화의 가장 큰 동력 가운데 하나인 예산 집행권을 거머쥔 공무원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자율적으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사정 당국이 관가 주변 유흥가는 물론 식당까지 뒤지고 다닌다는 괴소문까지 확산하면서 일부 공무원들은 아예 저녁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시비의 소지를 두지 않으려고 예산도 관련 규정을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해 집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발주 공사를 수주한 영세 업체들은 일하고도 실적에 따른 기성을 제때 받지 못해 냉가슴만 앓고 있다.

모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경제정책이 당초 의도한 바와 달리 소득 상위 계층이나 사회 지도층에 대한 포퓰리즘 성격을 띤 화풀이식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과거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책의 목표는 불평등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라, 빈곤층의 경제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며, 토니 블레어가 불임 정당이던 노동당을 3연속(1997년, 2001년, 2005년) 승리로 이끈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니 블레어는 불평등을 줄이는 게 부유한 사람의 소득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뒀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샵이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다. 부유한 사람의 소득을 끌어내려 불평등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빈곤층의 경제력을 끌어올리는 토니 블레어식 경제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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