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권, 환율조작 표현 지양해야

ECB, 달러채 매입 통한 QE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빌 클린턴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최근 원화의 강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26일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포럼이 끝나고 기자와 만나 달러-원 환율이 1,000원선을 밑돌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원화의 현재 가치 수준에 답변하기는 곤란하나 최근 원화가 매우 강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단 사실로 최근의 원화강세를 설명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프랑켈 교수는 이어 미국 정치권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환율조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의 적정수준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 다르다"며 "여러 국가가 모여 환율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는 있지만, 미국 의회가 무역협정의 위반을 지적하는 것과 같은 어조로 환율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켈 교수는 아울러 유로화가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로화가 왜 이토록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유로화 절상에 따른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가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결정자라면 달러화 표시 채권을 매입해서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며 ECB가 유로화로 표시된 국채를 매입하면 독일 헌법을 위배하게 되기 때문에 대신 달러화 표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에 나서 유로화를 절하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ECB의 이러한 행동은 다른 국가들에 경쟁적인 환율 절하를 유도하는 '환율 전쟁'에 대한 공포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켈 교수는 이어 지난해 중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으로 촉발된 금융불안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거나 고평가된 통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외환보유고가 어느 국가가 곤경에 처할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지표였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외환보유고가 예측 지표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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