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그리스가 국채 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우선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에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그리스가 국채 교환에 성공하면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됨에 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유로존 탈퇴 우려가 당장 잦아든 것은 맞지만 이러한 우려가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구제금융을 지원받고자 약속한 긴축이 오히려 그리스의 발목을 잡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4월 말 예정된 그리스 총선에서 차기 정권을 잡은 집권당이 개혁을 화두로 구제금융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강도 높은 긴축..자기 발목 잡아 =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고자 이전보다 강화된 긴축안을 내놓았지만, 이 긴축안이 그리스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리스는 5년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5%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는 7.5% 하락하며 정부의 긴축 조치로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실업률은 작년 12월에는 21.00%까지 올라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그리스 정부는 추가 부양책 대신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최저임금을 22% 삭감하고 월 1천300유로이상의 연금을 12% 삭감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을 약속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디에고 이스카로는 "추가 긴축이 그리스를 자멸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라며 실업률이 계속 오른다면 그리스 사회는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것은 대안이 더 나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계속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 압박을 받고 경제에 숨돌릴 여유도 주지 않는다면 곧 그리스인들은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4월 조기 총선..그리스 개혁 이행 주목 = 그리스의 4월 총선 또한 그리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스 과도 정부의 임기는 다음 달 12일께 끝날 예정이다.

이후 그리스 헌법에 따라 의회가 해산되면 30일 안에 선거가 열리게 된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긴축을 이행하겠다고 확약했지만, 최근 긴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비판하며 구제금융의 일부 내용을 재협상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또 여론조사 결과 신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재선거나 연립정부 구성 등의 불확실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베렌버그 은행의 홀게르 슈미에딩은 "4월이나 5월에 선거가 실시된다면 지난 2년 반 동안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긴장할 것"이라며 "(총선은) 그리스와 유럽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설사 신민당과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구제금융을 이행하기 위해 새로운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이들은 상당한 내부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는 "트로이카가 만약 (그리스의 긴축) 계획이 부족하고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낙타의 등을 무너뜨릴 한 가닥의 지푸라기와 같을 것"이라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음을 예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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