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시즌 9번째 선발 등판으로 나섰던 지난 27일, 여의도에는 '류현진 경기 주의보'가 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사내망 공지사항에 업무 중 류현진 경기를 시청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띄웠다. 정식 공지는 없었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메신저를 통해 류현진의 경기 시청을 만류하는 지침을 전달했다.

증권맨들의 경기중계 시청이 사내 서버 과부하로 이어져 거래에 지장이 우려되자급기야 사측에서 경고문을 붙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증시의 거래량도 출렁였다.

이날 류현진 선수가 속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가 끝났을 무렵까지 1조5천억원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은, 장 막판 한시간 사이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A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날 오후 들어 지수가 하락하며 매수세가 몰리긴 했지만, 장중 내내 한산했던 거래량이 류현진 승리 소식이 전해지고 난 뒤 장 마감을 앞두고 대거 유입됐다"며 "매니저와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오후 내내 진행됐다면 거래대금이 2조원도 못 넘었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과 28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각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경기했던 날,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은 이틀 모두 2조8천억원 정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4조원 안팎의 거래대금을 기록해온 것과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증권가는 과거 '코리아 특급' 박찬호를 떠올렸다.

대한민국 첫 번째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맹활약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당시 모든 직장인이 그러했듯 증권맨들은 주식 주문을 접어두고 사내 경기시청에 몰두했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세상이 어수선하고 증시가 부진하고, 업계가 구조조정으로 흉흉하니 증권맨들이 이런 이벤트에서라도 위안을 얻는 것 아니겠느냐"며 "류현진 선수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거래대금이 주는 것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이런 이벤트에 위축된 증권가가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하루 정도 거래대금이 주춤한다고 상승 추세로 접어든 코스피의 방향성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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