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권오상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국장에겐 '파격'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서울대 공과대학과 카이스트 공학 석사, UC버클리 공학박사 등 화려한 학력에 바클레이스캐피탈과 도이체방크 상무 등 다채로운 경력까지, 그를 수식해주는 이력은 많다. 여기에 45세 최연소 금융감독원 국장이라는 이름까지 추가하게 됐다.

권 국장은 오히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3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흔치 않은 경험을 해왔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며 "금감원에서 일하는 것도 그중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 국장이 금감원행을 결심한 데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역할이 컸다. 국가를 위해 봉사해 달라는 최 원장의 설득으로 그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하게 됐다.

지금은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사회 첫발을 디딜 땐 오히려 나이가 '너무 많은' 초년생이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MBA 과정 후 바클레이스캐피탈에서 자신보다 2살 어린 데스크 헤드와 10살 어린 프랑스인 매니저 밑에 있었지만,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상사의 지시에 철저히 따르고 일 처리도 프로답게 하게 했다. 덕분에 인정도 받았다.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겸직 교수와 차(CHA)의과학대 글로벌 경영학과 조교수를 거쳐 금감원에 오게 된 그는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권 국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개인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잠재된 리스크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독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파생과 구조화금융, 사적연금 등이 커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지원하고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함께 일하는 복합금융감독국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도 힘쓸 생각"이라며 "그래야 끊임없이 진화하는 새로운 금융형태를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권 국장과의 일문일답.

-- 업계에서 금감원에 와보니 무엇이 가장 다른가.

▲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업계에서는 이익을 내려고 애를 쓰고, 그러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된다. 반면 금감원은 시장 자율적인 이익 추구 행위에만 맡겨 놓으면 놓칠 수 있는 투자자 보호나 시스템적 리스크, 건전성 등 이슈들을 보게 된다.

--파생시장 침체됐다는 얘기가 많은데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 규제 영향뿐 아니라 주식 현물시장 위축과 변동성 축소, 소액 개인투자자의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과거 장내파생시장은 현물 시장이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다소 비정상적으로 컸다. 투기적 요소가 강한 장내 선물이나 옵션, 워런트를 기준으로 보면 정상화돼가는 과정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건전한 투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말 잔액 기준 63조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9.5%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무분별한 투기수요를 끌어들이는 단기적인 시장 활성화보다 장기적으로 시장 건전화를 통해 기초체력을 증진하는 게 중요하다. 건전하고 위험관리가 가능한 투자 시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파생시장에서 가장 잘 정착돼 있는 점은.

▲ 파생결합증권은 해외에서 구조화 채권(Structured Note)이라고 부르는데 잘 정착됐다고 본다. 초기에는 주식 기초자산 형태로 성장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식 외의 다른 기초자산, 즉 이자율이나 환율, 또는 원자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형태로도 급성장 중이다. 다양한 형태의 파생결합증권이 계속 개발돼 투자자산의 유니버스가 더 커지면 투자자와 금융회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시장과 소통하려고 한다.

-- 개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 한국거래소가 취급하는 장내 파생거래 종류가 많지 않고, 그 중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거래되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장내 파생거래를 더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적 리스크를 경감시키려는 방안으로 중앙청산소(CCP)와 거래정보저장소(TR) 등 구축을 권고하고 있는데 국제적 적합성과 G20 권고 취지에 맞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s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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