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선체 바닥 앞뒤와 양옆, 중앙 등 많게는 10개의 탱크에 들어가는 선박평형수. 해운선박 전문 용어인 평형수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국민적 시사상식이 됐다. 선체 앞뒤 좌우의 균형뿐 아니라 아래쪽에 무게중심을 잡아 기울어진 배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의 평형수 역할을 해야할 내수가 구조적인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수 부양의 필요성을강조하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수출 주도형이다. 평형수 역할을 하는 내수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결함이 조만간드러날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질 국내 총생산 증가율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과도한 반면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의 지출 등은 좀처럼 확대될 기미가 없다.

◇ 늙어가는 가계, 쓸 돈이 없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근 발표한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이라는보고서에서 경제운용의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KDI는 우리나라 민간소비의 부진이 고령화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의 고령화가소비성향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인식됐으나 우리나라는고령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된 탓에평균소비성향을 줄이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연평균 4.1%인데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연평균 3.2%에 불과한 것도 고령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대수명이 급속히 증가했지만 근로가능 기간이 늘지 않으면서 노후 불안이 가시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KDI는 현재의 소비수요를 높이려는 정책보다 가계 소득증대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하고 있다.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키지 않은 소비 증대 대책은 고령화 이후 가계를 더 가난뱅이로 만들 뿐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현금부자 기업은 설비투자 대신 채권운용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기준 경상수지 흑자 800억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며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기업들은 400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내수에서 기여할 수 있는 설비투자에 여전히 인색하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이 제로금리 정책에 이어 양적완화에 나설 정도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아직 엄혹하기 때문이다. 제로 금리는 공짜로 돈을 가져가라는 의미로 단순화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싼 자금이 넘쳐나지만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을 찾지 못해 기업들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금부자인 기업들은 대신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현금 보유 규모가 큰 일부 기업들은 금융회사의 특정금전신탁 등의 큰 손으로 통한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서울 채권시장 등에서 국채를 직접 사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여유 자금을 설비 투자보다 재원보다 금융자산으로 굴릴 것이라는 의중을 노골적으로드러낸 결과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에서 수출·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97%에 달한다. 수출·수입 등 무역의존도는 2008년까지 60% 언저리에 머물렀다.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운용 기조의 중심을내수에 두기보다 성장률 달성을 위한 보여주기식 경제운용의 결과물이다.당국자들은내수 부양을 위한 평형수를 채워야 한다는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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