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원더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1년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임직원에게 제의한 건배사다.

"산은금융그룹의 미래가 원하는 것보다 더 크게 풀려나가길 바란다"는 의미다.

'MB(이명박 대통령) 노믹스'를 설계하고,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국내 경제ㆍ금융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며 여전히 '킹(king) 만수'로 불리는 강 회장이 실물경제로 뛰어든 지 1년이 지났다.

취임식 건배사처럼 '강만수號'의 산은은 지난 1년간 미래를 위해 얼마나 술술 풀려나갔을까.

산은 내부와 금융계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1년'이었다고 평가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내외부의 평가와는 달리 강 회장 본인은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고 보고 있다.

13일 기자와 만난 강 회장은 "아직은 만족스럽고, 만족스럽지 않고 등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는 말로 몸을 낮췄다.

회장 취임 직후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를 성사시키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그가 던진 새로운 목표는 산은지주의 기업공개(IPO)다.

대상은 달라졌지만 메가뱅크가 됐건 IPO가 됐건 공통된 지향점은 산은지주의 민영화다. 현 정부의 금융정책 공약 가운데 핵심이기도 하다.

'모피아' 출신의 차관급 재무관리들이 오던 국책 금융기관장 자리를 '정권 실세'인 강 회장이 자청해 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금융 합병을 추진했던 때와는 달리 산은지주의 IPO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영화 추진의 족쇄라 여겨졌던 공공기관 지정 해제 문제를 직접 나서 해결했고, 올해 10월 말을 상장을 목표로 한 타임스케줄도 주도하고 있다.

'뼛속까지 IB'인 산은이 민영화를 앞두고 개인금융 확대 차원에서 야심차게 도입한 'KDB다이렉트뱅킹'도 순탄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말 2조2천억원에 불과했던 산은의 개인 예수금은 최근에는 6조원대를 넘어섰다. 총부채 가운데 예수금 비중은 2009년 말 13%에서 지난해 9월 말에는 23%대까지 늘렸다. 산은의 영업점은 산은지주 출범 당시 44개에서 최근에는 63개로 늘었다. 2010년 147조원대였던 총자산은 172조원대로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9천억원대에서 1조3천억원대로 크게 확대됐다. 민영화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체질개선에 비교적 성공을 거둔 셈이다.

개인금융 확대를 위해 HSBC서울지점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더해 글로벌 파이오니아 뱅크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 금융사에 대한 인수ㆍ합병(M&A)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IB의 강점에 개인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은행을 더한 CIB를 지향하려는 목표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몽골개발은행을 위탁 경영했고, 우즈베키스탄의 RBS는 합병 절차를 모두 마쳐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이어 최근에는 중동지역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은지주의 맏형인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한 묶음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도 강 회장은 큰 관심을 뒀다.

'원(ONE) KDB'라는 기치 아래 사업과 조직문화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국내 기업과 금융권에 새로운 고용 문화를 이끈 고졸 직원 채용, 스포츠마케팅 활성화 등도 국책 금융기관 산은 입장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시도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적지않은 성과에도 '강만수號'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아이러니하게도 강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IPO 등 민영화 자체에 대한 우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민영화되면 시중은행이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국책 금융기관으로서 정책금융 기능을 독점했다시피 한 산은의 역할론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지적이다. 정책금융공사와의 모호한 역할 분담과 기능 중첩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IPO로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면서 나타나게 될 앞으로 산은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것에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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