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향후 수년동안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상장할 계획이 분명히 없다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보유중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4.25%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던 지난 2012년 3월 소위 강남부자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에버랜드 열풍'이 불던 시기 삼성 고위관계자가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밝힌 언급이다.

당시 삼성그룹 홍보를 총괄하던 이인용 부사장도 기자들에게 "상장 계획은 상당 기간 없다"고 확인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은 삼성의 말처럼 먼 훗날 일처럼 돼 갔다.

3일 삼성에버랜드는 이사회를 열고 상장을 공식화했다.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하고 공모철차와 방식 등을 결정하고 내년 1분기에 상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한 삼성SDS에 대해서도 삼성은 그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일축해 왔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상장사 두 곳의 상장 작업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2년 전 밝힌 `상당 기간'과는 괴리가 있다. 그만큼 삼성그룹 내부가 속도감있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포스트 이건희'로 거론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승계구도와 함께 삼성그룹 전체의 틀을 변화시킬 지배구조 변경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분구조상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해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에 이어 2대주주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2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도 8.37%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승계구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배구조에 손을 대야만 하는데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공공연히 거론돼 왔다.

삼성그룹이 그간 끊임없이 부인해 왔던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전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넘긴 것도 기업가치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장시술을 받고 20여일째 병원에 입원중이란 점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발표는 더욱 이목을 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실제로 이 회장의 부재로 인해 경영상 삐꺽거리는 모습이 나타난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그간 상당한 준비작업을 거쳐 진행돼 온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이미 병석에 있는 이 회장의 사전 추인이 있었고 이미 짜여진 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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