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스갯소리 하나. '1+1=?"라고 물으면 자연과학자는 2라고 대답한다. 인문사회학자는 대체로 2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한다. 변호사들은 어떨까. 이들은 창문 커튼을 내리며 "정답을 무어라고 만들어 드릴까요?"라며 귀엣말로 속삭인다.

최근 서초동 법률 단지에 직원 봉급과 임대료, 은행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개업 변호사가 즐비하다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서울지역에 변호사 숫자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송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다 보니 변호사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6급, 7급 직원으로 하향 지원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고의 전문직으로 평가받는 변호사가 만만치 않은 세상을 만난 셈이다.

과거 잘나가던 대형 법무법인들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연합인포맥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기업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법률자문 등 금융·경제 분야시장도 '레드오션'화 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도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느라 다급하다.

그 중 하나가 기업과 각종 협회의 의뢰를 받아 국회의 '입법(立法)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일이다.

변호사들을 국회로 매일 출근시켜 각종 법안 소위와 상임위의 소속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을 만나고,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로 접촉 면을 넓히고 있다. 입법 관련 사안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적이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시간당 수임료를 받을 수 있고, 성공 시에는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소위 '관피아' 출신들의 경험과 업무지식은 필수적이다. 국세청, 관세청, 공정위, 금감원. 기재부 등 경제.사정기관 출신 공무원들이 변호사도 아니면서 대형 법무법인 곳곳에 포진하는 이유다. 관피아들에게는 고문이나 전문위원 등의 자리를 주고, 수억대의 연봉을 지급한다. 이들은 세금과 과징금, 인허가와 관련 업무와, 내부 시스템을 잘 알고 제재 등의 맹점을 잘 알고 있기에 방패막이 역할에 제격이다. 의뢰 기업이나 변호사들이 만나기 어려운 선후배로 얽혀 있는 공무원들에게 전화 한 통으로 민원과 조정업무를 척척해 치우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송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비송무시장으로 과감하게 눈길을 돌리고, 새로운 수요를 찾아 사회의 이곳저곳으로 스펀지처럼 스며드는 중인 셈이다.

정부가 이른바 '관피아'가 세월호 참사의 발원으로 보고 척결 방안을 제시하며 대한민국의 공직사회와 사회지도층 전체에 준엄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관피아' '법피아' 들과 얽히고설킨 칡넝쿨 시스템이 단기에 일소되리라고 기대하는 일은 순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돼서 부자가 되기는 어렵지만 사회정의와 약자 편에 서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면 굶지는 않는다는 '면기난부'(免飢難富)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변호사들은 밥을 굶지 않는 수준에서 벗어나 부와 권력을 움켜쥐는 쪽으로 방향선회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배고픈 변호사는 배고픈 사자보다 더 무섭다'는 미국 법조계 속담이 있듯이, 변호사들이 사자로 변신하는 세상이 도래해서 더 불공정해지고 살벌해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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