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수혜주를 찾기 분주했던 증권가도 예외는 아니다.

4년 만에 범 세계적인 축제가 찾아왔지만 증권가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긍정의, 또는 부정의 몸짓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시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18일 오전 7시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23일 오전 4시(알제리), 27일 오전 5시(벨기에)에 경기를 치른다. 모두 평일일 뿐 아니라 출근이 가까운 새벽 시간대다.

과거 월드컵을 앞두고 증권가는 보고서를 쏟아내기 바빴다. 우리나라가 개최국이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100개 넘는 보고서가 쏟아졌고,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60여 개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수혜주를 찾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해 발표된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12개 남짓. 이들조차 월드컵이 과거와 달리 국내 증시에 큰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내용이 많았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월드컵 같은 이벤트를 앞두고 예상 보고서를 쓰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데일리 리포트에 내용을 녹이는 정도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월드컵 관련 특별 보고서를 만들거나 별도의 섹션을 구성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데, 이는 여의도가 대체로 월드컵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음식료나 광고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실적과 이후 주가에 영향을 주지만 이번엔 출근시간 전후로 겹친 경기 탓에 관련 수요가 크게 없을 것"이라며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덤덤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B 증권사 연구원도 "월드컵은 스포츠 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금융 전체의 큰 이벤트지만 올해는 그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브라질을 앞세운 남미지역, 그리고 헤알화 관련 시장에는 영향이 크겠지만, 우리에게 직접 와 닿는 체감 열기는 과거와 사뭇 다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기간 내에 줄어드는 증시 거래량 걱정도 한시름 던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시간에 증시가 열렸던 15개국 증권거래소의 경우, 자국 대표팀 경기가 시작되면 거래량은 50% 안팎으로 급감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개장 전에 모든 경기를 마치는 우리나라엔 다소 먼 이야기인 셈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장중 경기가 많다면 내부적으로도 매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잦은 경기 시청을 삼가는 지시를 내렸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재료가 부족한 국내 증시에 월드컵조차 별다른 이벤트가 되지 않는다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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