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산은금융지주가 올해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산업은행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상장 청약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자사주를 취득하기 위해 개인별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자금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간 IPO에 부정적이지 않던 직원들조차 막대한 자금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IPO를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기류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14일 산은 등에 따르면 산은지주는 이달 안에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해 출범할 계획이다.

일단 산은지주 직원들만으로 조합을 출범시킨 후 산은과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의 직원들로 조합원 자격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우증권과 KDB생명의 직원들은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한다.

산은지주는 정부(정책금융공사)가 보유 중인 지분 가운데 10%(3천600만여주) 가량을 상장을 통해 매각할 방침인데, 이 가운데 20%(총 매각지분의 2%)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

상장을 위한 정식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모가 산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해 산은지주의 실적이 고려된 자산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주당 장부가는 5만∼5만1천원 수준이다.

최근 산은지주가 IPO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주요 증권사로부터 제안받은 주당 공모가 수준은 4만8천∼5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지주와 정부 입장에서는 가급적 공모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헐값 매각' 시비를 빗겨갈 수 있다. 따라서 공모가가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준보다 높을 것이란 예상이 산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공모가가 4만8천∼5만원 수준에서 형성될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소속된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우리사주조합이 떠안아야 할 청약금액만도 3천500억원을 웃돌 수 있다. 직급별로 배정되는 주식 수가 다르지만, 우리사주조합원을 3천명 가량으로 가정했을 때 개인별로 평균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야 한다.

과장급 이하인 경우 수천만원, 차장ㆍ팀장급 이상은 1억5천만원 이상을 자사주를 사는데 써야 한다는 얘기가 벌써 산은 내부에서 돌고 있다.

산은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는데 연 4∼5% 수준 금리로 대출해 줄 수 있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사주로 취득한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를 적용받아 시장에서 매매를 할 수 없을뿐더러 주가 상승 가능성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월 수십만원의 이자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개인별로 우리사주 청약에 응하지 않아도 되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갖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사심에 대한 평가 잣대로 삼을 수 있고, 승진 등의 인사에서 무언의 압박카드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다. 특히 팀장급 직원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산은의 팀장급 2급 직원은 "개인 자금 부담을 생각하면 청약하고 싶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다른 직원은 "우리사주 받았다 퇴직금까지 날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민영화라는 명분과 애사심만을 앞세워 직원들에게 밀어붙일 일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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