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씨티그룹이 미국의 4대 대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금융위기 당시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가 회생하고 나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씨티로서는 이번 불합격이 더욱 뼈아픈 결과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미국시간) 씨티의 불합격은 섣부른 배당금 확대 계획 탓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에 배당금 지급 등 자본지출 계획만 잡지 않았어도 씨티의 핵심 자기자본 비율(Tier 1 common capital ratio)은 5.9%를 기록, Fed가 통과 기준으로 정한 5%를 넘어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씨티는 그러나 내년 4분기까지의 자본지출 계획을 포함시켜 Fed에 제출하는 바람에 핵심 자기자본 비율이 4.9%로 낮아졌다.

0.1%포인트 차이로 통과 기준 턱걸이에 실패한 셈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불합격으로 씨티는 배당금을 늘릴 수도 없게 됐다.

Fed는 자본지출을 하고도 핵심 자기자본 비율을 5%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배당금 확대 등을 승인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09년 초 분기 배당금을 주당 16센트에서 1센트로 대폭 삭감한 씨티는 스트레스 테스트만 통과하면 배당금을 다시 늘릴 것으로 예상돼 왔다.

특히 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앞장서 배당금 확대를 약속했다.

WSJ에 따르면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달 동안 씨티의 올해 배당금 지급 여력에 대해 자신하는 발언을 해 왔다.

딕 파슨스 이사회 의장은 "올해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 불합격으로 이 같은 약속은 결국 헛말이 됐다.

저널은 작년에는 당시 미국 최대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가 배당금 확대 약속을 남발하다가 Fed로부터 불허당한 상기시키면서, "판디트 CEO가 지난해 모이니한 CEO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자본지출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BOA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 씨티와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씨티는 이날 자본지출 계획을 수정해 Fed에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새 스트레스 테스트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Fed와 접점을 더 넓히겠다"고 밝혔다.

저널은 다음번 제출 때는 씨티가 "약속은 덜 하고, 줄 때는 많이 주라"는 옛 격언을 되새기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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